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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공격 3년 전엔 634명 … 올핸 1317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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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9일 입욕이 통제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경 대원들이 해변으로 밀려 온 해파리를 수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햇볕이 뜨거운데도 많은 사람들은 바닷물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속에는 해경과 119수상구조대원들이 걷거나 수상스키를 타고 다니며 대형 뜰채로 물속에서 무언가를 건져내느라 바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피서객 200여명이 해파리에 쏘이는 사고가 나면서 급히 ‘해파리 퇴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앞서 15일에도 해운대해수욕장 7~9번 망루 일대에서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 45명이 팔과 다리 등 전신에 해파리에 쏘여 응급처치를 받았다.

 119수상구조대와 해운대 여름해양경찰서는 올 들어 20일까지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인 피서객은 모두 131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숫자다. 올해는 해운대해수욕장이 801명으로 피해가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송정(312명), 광안리(120명), 일광(48명), 임랑(28명), 송도(5명), 다대포(3명)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84명, 2010년 479명, 2009년 634명, 2008년 123명이 해파리에 쏘이는 피해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그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풍 등에 의해 중국해와 태평양에 있던 해파리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국내 연안으로 떠밀려온 것을 해파리 대량 출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한다. 여기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국내 연근해 수온 상승과 다리 같은 해양 인공구조물이 잇따라 생기면서 해파리의 어린 개체인 폴립이 붙을 수 있는 서식지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대책반 한창훈 박사는 “국내 자생 해파리의 경우 과거에는 대량발생 주기가 50년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2000년, 2003년, 2007년, 2009년, 올해까지 2~3년으로 주기가 빨라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지난 10일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8세 여자 아이를 숨지게 한 노무라입깃 해파리가 동중국해에서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로 유입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해경과 119구조대는 해파리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입욕을 금지하고 뜰채 등으로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시설과 인원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독을 쏘는 해파리의 촉수는 몸에서 떨어져 나가도 독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뜰채로 잡다 부서진 해파리나 입수통제선 밖에서 걸려지지 못한 해파리가 한 마리라도 유입되면 한꺼번에 수십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해운대구청도 입수통제선 인근에서 해파리 수거작업을 하지만 해수욕장 전 구간(1.5㎞)을 지켜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운대 구청 한 관계자는 “해파리 소탕을 위해 천적인 쥐치를 푸는 등 여러 방안을 펼쳐봤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대책을 세울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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