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칼럼] '괜찮아요 경영' '그래요 경영'

중앙일보

입력

'가깝고도 먼 나라' '비슷하지만 다른 나라' 라고 불리는 한국과 일본 양국은 문화.습관.사고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한국에 부임한 3년 동안 실감할 수 있었다.

양국 모두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리적.역사적 차이로 인해 한국에는 가(家)를 중심으로 하는 효의 정신이, 일본에서는 상호부조에 기반을 둔 귀속체를 향한 충(忠)의 정신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한.일 양국의 가치관 차이가 기업경영에서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어느 한국인 경영자가 한국은 '괜찮아요 경영' 이며 일본은 '그래요 경영' 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괜찮아요 경영' 은 예스와 노가 명쾌하며 바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소위 톱다운 경영이며, 그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의뢰심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 대륙적 사고이며 유연하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엉성하며 개인의 자질과 이해가 관여된 톱다운 경영 방식이다.

일본의 '그래요 경영' 방식은 예스와 노를 확실히 표현하지 않는 섬나라적인 것이며 아기자기하고 우유부단한 경영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귀속체 중심의 화(和)를 중심으로 존중한다는 생각에서 일본인 특유의 "모두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는 사고방식으로 행동한다.

한.일 양국간 가치관의 차이에 관해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은 3년 전 IMF체제하의 한국에 처음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노사협의회에서 보너스 지급을 둘러싸고 논의가 한창이었다.

노조측에서는 "보너스는 법률로 보호돼 있으므로 회사가 어렵더라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고 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회사가 도산하면 그 날부터 보너스는 물론이고 직업도 잃게 되는데 눈앞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자기본위의 논리는 회사에 대한 종업원의 가치관을 나타낸 것이었다.

귀속체(기업)보다 자신의 권리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은 기업에 대한 충성도보다 직함이나 월급이라고 하는 속인적인 것을 중심으로 생각한 것으로 이러한 경향은 미국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결과인지 한 회사에 대한 평균 근속연수는 일본 14년, 미국 7년에 비해 한국은 3~4년 정도라고 한다.

'괜찮아요 경영' 은 의사결정의 스피드가 빠르고 유연하며, 정(情)이 담겨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에게 의존하고 단기적인 이익회수를 중시하는 위험성도 갖고 있다. 이것은 R&D투자로 대표되는 중장기적인 사고방식에서도 알 수 있는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의 R&D투자는 1백억달러를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본의 6%에 불과하며, 상위 15사의 합계총액 5.6조원은 일본의 마쓰시타 전기산업회사 1개사의 R&D투자액보다 적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단순한 숫자 비교는 역사의 차이나 경제규모의 차이도 있어 일률적으로 좋고 나쁨의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경영자의 경영관리가 데이터 분석이나 정보공유화, 프로세스 관리 등에 의한 것보다 외관을 중시하고 권위주의적이며 명령만을 기다리는 자세, 감(勘).정(情).연(緣) 순위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반면에 '그래요 경영' 은 한국인들이 보면 속이 좁고, 우유부단한 경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TQC방법의 현황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대책을 세운다는 프로세스 관리다.

중장기적인 경영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고객만족도를 중시하며 자기 희생적인 귀속체 중심의 태도로 기업의 성공에 개인의 기쁨을 투영하는 운명공동체적 경영이다.

지난 4월 23일 어느 일간지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1년 세계경쟁력 연감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49개국 중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28위이지만 기업의 경영효율성은 27위에서 31위로 밀려났고, 기업경영 환경도 49개국 중 44위로 기업경영이 힘든 국가로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기사를 대하면서, 또한 3년여 서울에서 경영활동을 해오면서, 세계화와 IT화가 거세게 밀려오는 지금 '괜찮아요 경영' 의 국제화를 통감함과 동시에 유연한 감각을 가진 젊은 세대의 파워에 기대를 걸어본다.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