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방정부가 상수원에 오수를 몰래 버리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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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동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고 두 발 뻗고 있었던 꼴이 됐다. 경기도 남양주시가 2005년부터 고의적으로 하수를 상수원인 팔당호에 버려온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상수원 녹조 현상 때문에 환경부가 뒤지고 다니지 않았다면 앞으로 몇 년간 또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남양주시의 하수 방류 수법은 충격적이다. 아예 화도 하수종말처리장 안에 하수 무단 방류용으로 폭·높이가 1.5m나 되는 비밀 방류구를 만들어 놓고 팔당호로 이어지는 북한강 지천인 묵현천에 매일 약 1만t을 버렸다고 한다. 하수 관리를 맡은 시가 적극 나서서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환경부는 이것이 최근 팔당호의 녹조 현상을 가중시킨 원인이 됐을 거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이 화도 처리장은 2008년 전국 815개 하수처리시설을 평가했던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관리 실태 평가’에서 3위로 우수처리시설 포상까지 받았던 곳이다. 또 화도 하수처리장의 처리수를 활용하는 화도푸른물센터는 남양주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시설물이다. 하수처리수를 이용한 인공폭포인 ‘피아노 폭포’는 국내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연인원 19만 명이 방문하는 환경학습장이다. 그런가 하면 남양주시는 최근 122억원 규모의 국책과제인 하수처리장 슬러지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형 기술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하수처리 능력을 스스로 자랑하는 지자체다.

 그런데 이 모양이다. 남양주시는 “환경부가 하수처리용량 증설 예산을 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상수원에 하수를 내다버린 변명이 안 된다. 뒤로는 비밀 방류구를 만들고, 앞으로는 환경학습장을 만들어 치적을 홍보하는 전시행정에 쏟은 기만의 노력만큼 배관 정비와 관리에 힘썼어야 한다. 또 환경부의 경우도 이번에 뒤늦게 발견했지만, 7년이나 시민을 속인 시설을 뭘 보고 우수시설로 선정했었는지 관리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500만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