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말라 있는 32억짜리 인공 실개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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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보행자도로에 조성된 인공 실개천에 비닐봉지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LH가 실개천 설계 당시 판교역 지하수를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나오는 수량이 적어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LH는 지하수량을 하루 6000t가량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론 800t에 불과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백현동 카페거리 일대 인공 실개천. 폭 80㎝에 깊이 20㎝ 남짓한 실개천에 오락가락 내리는 빗물만 고여 있을 뿐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실개천을 따라 곳곳에 조성된 미니 수영장(50∼60㎡)에는 내다버린 천막과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주민 윤영만(42)씨는 “지난여름에 이어 무더위가 계속되는 올여름에도 실개천에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판교신도시에 조성한 ‘인공 실개천’이 무용지물화되고 있다. 판교택지개발사업의 하나로 2008년 4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32억원을 들여 보행자도로 등에 7개 노선, 총길이 2.4㎞로 조성했다.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화강석과 호박돌 등으로 만든 수로를 따라 흐르게 한 도심 물순환시스템이다. 실개천 중간에 연못, 분수, 물놀이 공간도 만들었다.

 하지만 준공 2년이 넘도록 실개천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수중모터가 있는 펌프는 천막으로 덮여 있고 실개천 곳곳에 쓰레기도 눈에 띈다. 비가 내리면서 깡통 ·병 등 이물질이 흘러들어 기계와 전기설비의 고장까지 우려되고 있다. 실개천 옆 백현동 카페거리의 한 음식점 주인인 염우현(46)씨는 “ 실개천 풍경을 기대하고 상가를 임대해 들어왔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최영식(56)씨도 “도심 명물은 고사하고 대책 없이 방치돼 통행에 방해만 되는 흉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실개천에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수원(水源)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LH는 물순환시스템 설계 당시 판교역 지하에서 유출되는 수량을 하루 6000t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하루 800t만 나오면서 수원 확보에 실패했다. 신분당선 판교역 아래쪽에 성남~여주 전철 역사가 새로 건설되고 인근 판교테크노밸리 건물들이 자체 지하수 활용시설을 시공하면서 지하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근 운중천 물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지형(경사), 수량(수위 영향), 지질(암반) 여건 때문에 포기했다.

 LH는 현재 지하수와 수돗물을 혼합해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연간 6000만원으로 추산되는 수돗물 값 부담 문제가 걸림돌 이다. LH 한 관계자는 “지하수와 상수도 혼합 공급방안이 가장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라며 “성남시와 협의해 시설물 보완공사를 거친 다음 내년 5월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성남시는 수돗물 사용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윤학상 성남시 공보담당관은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시설물을 인수할 수 없다”면서 “한 번 흐른 물을 다시 사용하지 않는 방류시스템을 순환시스템으로 바꾸지 않으면 물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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