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아프리카의 검은 혼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 현대조각의 메카인 짐바브웨에서 탄생한 돌조각들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은 9일~6월 30일 '아프리카 쇼나 현대조각-돌에 깃든 검은 영혼의 신비'전을 연다.

〈아래 '쇼나조각이란' 참조〉

짐바브웨의 조각공동체인 텡게넨게에서 제작된 '쇼나' 돌조각 1백50점을 보여준다. 생략과 과장, 비틂을 통해 뛰어난 조형성과 생동감을 보여주는 인물상과 토템조각들이다.

전시작은 이전에 소개된 아프리카 원시미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동안 국내에 들어왔던 아프리카 미술이 전통에 충실한 가면과 목공예 위주였다면 이번 출품작은 아프리카와 유럽의 돌조각이 결합해 현대적 미학을 획득한 것들이다.

쇼나 조각은 서구의 주요 저널에서 "섬세한 휴머니티와 영적인 의미가 깃든 조형, 넘치는 생명력" "감정적 표현력으로만 말한다면 완벽 이상이다. 인상적이고 자극적이고 영감을 준다. 경이감과 충격을 느끼게 하는 조형성이다" 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전시작들은 쇼나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것이다. 버나드 마테메라의 '영혼의 응시' '앉아있는 새' , 안토니 사부네티의 '번개 피하기' , 라맥 본지스의 '현명한 여왕' , 신지 치호타의 '쿠두의 영혼' , 마판다 크리노스의 '가족' , 안토니 마쿠리로파의 '사유상' , 엠 마우디의 '눈 먼 초상'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혼의 응시' 는 애니미즘적 영기(靈氣) 를 느끼게 하는 당당함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튀어나온 눈, 두꺼운 입술을 가진 얼굴에서는 선악을 초월한 무한한 힘과 신격이 느껴진다.

성곡미술관의 이원일 수석 큐레이터는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전문 수집가라는 사실이 말해 주듯 쇼나 조각은 60년대 이후 유럽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면서 "이번 전시회가 아프리카 현대조각의 주소를 새롭게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들은 쇼나조각 전문 기획사인 '터치 아프리카' 사에서 수입한 작품들로 판매도 한다. 02-737-7650.

〈쇼나조각이란…〉

짐바브웨는 기원전 8세기경에 형성된 광대한 돌 유적지로 유명한 나라.

국가명칭도'돌로 지은 집'이란 뜻이다. 쇼나(Shona) 는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점하는 부족의 이름. 조각에 대한 천부적 재능과 창조적 잠재력, 유구한 돌조각 전통을 갖고 있다.

짐바브웨는 1950년대초에 국립미술관을 설립하면서 영국인 미술평론가 프랭크 맥퀸을 초대 고문으로 위촉했다.

맥퀸이 야심적으로 추진한 토착 예술운동의 결과가 '쇼나' 조각이다. 미술관내에 작업장을 설치하고 원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재료를 공급해 회화와 조각을 하도록 유도한 것.

맥퀸이 격려하고 유럽인 톰 블룸필드가 지도한 텡게넹게 조각공동체는 아프리카 특유의 문화적 신념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쇼나 조각은 69년 뉴욕 현대미술관, 71년 파리의 현대미술관, 72년 로댕미술관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쇼나 조각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주의와 정신적 성격은 서구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89년 이코노미스트지) .

미국의 록펠러가와 영국의 로스차일드가, 영국의 찰스 왕세자 등이 이름난 쇼나 조각 전문 수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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