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닝사 루스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올해 설립 1백50주년을 맞은 코닝은 지난 1996년이후 간판 사업이었던 식기 부문(코닝웨어) 등을 과감히 매각하고 정보기술 부문에 집중한 결과, 그동안 두배가 넘는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올 신년호에서 코닝의 루스 사장을 로저 액커만 전 회장과 함께 '2000년 최고 경영자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 회사 혁신에 성공한 배경은.

"장기적인 안목과 끈기를 갖고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코닝은 광통신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미 30년전부터 기초 연구에 들어갔다.

10년전 본격 개발을 시작했으며,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시장이 형성됐다고 판단했을 때 성장이 둔화된 식기 부문.의료시험기기 부문을 과감히 매각하고 정보기술 부문에 집중했다. 간판 사업을 떼낸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

- 그 후 성과는.

"2개 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50억달러였던 연 매출이 3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 후 정보통신산업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엔 매출이 71억달러로 뛰어올랐고 올해는 약 80억달러가 예상된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만큼 연구개발(R&D)비도 대폭 늘렸다. 95년 1억7천5백만달러(매출액의 3%대)였지만, 올해엔 7억달러(매출액의 8%대)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

- 구조조정에 노사문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는가.

"경기가 어려워지면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인력 감원은 불가피해진다. 곤혹스런 결정이지만, 우선 노사가 감원에 합의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일단 감원을 했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면 곧바로 재채용해 노사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전통이 만들어져야 한다.

올해 코닝은 경기 불황에 따라 4만5천여명 전직원 중 4천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대상은 대부분 주급제 근로자이며, 연봉제 근로자의 감원은 인력 재배치를 통해 최대한 줄였다. 노조와 원만한 협의를 통해 큰 무리없이 결정했다. "

- 한국에서의 사업 계획은.

"현재 삼성과 텔레비젼용 유리.액정표시장치(LCD).광통신 분야에서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성공적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성공 사례로 연구할 정도다.

TV용 유리는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고, LCD도 최근 한국 시장에서 연간 4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광통신 핵심부품 생산을 위해 삼성코닝마이크로옵틱스(SCM)를 설립했다. 앞으론 광통신 분야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

- 혁신을 꾀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자신의 핵심 강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점이 파악되면 중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도록 끈기를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또 산업의 큰 흐름을 빨리 읽어 성장세가 예상되는 산업으로 신속히 진입해야 한다. "

서익재 기자 ik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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