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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 센카쿠에 오성홍기 꽂고 국가 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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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5일 홍콩 시위대가 일본과 중국의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중국의 주권을 주장하며 상륙했다. (본지 8월14일자 14면) 그러나 상륙 한 시간 만에 섬에 있던 5명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일본 오키나와현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배에 남아있던 9명까지 시위대 14명 전원이 체포됐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시위대가 탄 배를 들이받는 등 양측의 충돌이 있었지만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섬에 일본의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이 상륙한 것은 2004년 3월 중국인 활동가 7명이 상륙했다가 추방당한 이후 처음이다.

 홍콩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保釣行動委員會) 소속 활동가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 “치펑(啓豊) 2호를 타고 댜오위다오 주변에 도착한 6명이 물 속을 걸어가 섬 위로 올라갔다”고 공식 홈페이지 등에 발표했다. 치펑 2호에는 ‘작은 토지도 잃을 수 없다. 어떤 민족도 모욕하지 말라’고 쓴 중국어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위대는 “댜오위다오가 중국 주권 지역이라는 것을 선포했다”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섬에 꽂고 중국 국가를 불렀다”고 밝혔다. 시위대와 함께 동행한 홍콩봉황TV 기자는 “일본 방위대원 40~50명이 몰려왔고 오성홍기를 뺏어갔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활동 전 과정을 트위터로 중계했다.


15일 홍콩 주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 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일본 군국주의를 타도하자”는 피켓을 들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시위대의 상륙에 대비해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설치된 정보연락실을 관저대책실로 개편했다. 해상보안청과 경찰청도 각각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센카쿠열도 서쪽 해역으로 진입해 시속 약 15㎞로 항해하던 치펑 2호가 센카쿠열도에서 30해리(약 55.6㎞) 떨어진 곳에 이르자 해상보안청은 순시선 9척과 헬리콥터를 보냈다. 일본 측은 일본어와 중국어로 치펑 2호에 “일본 수역에 이미 들어왔다”고 경고하고 물대포를 위협 발사하기도 했다. 시위대에 따르면 치펑 2호는 일본 순시선이 양방향에서 들이받는 바람에 재운항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뱃머리가 부서졌다.

 시위대의 센카쿠 상륙과 체포는 중·일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시위대를)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시위대 상륙에 항의해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반면 신화통신은 “중국 외교부가 시위대 체포에 대해 일본 정부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홍콩을 출발한 치펑 2호는 15일 새벽 대만 해양순시선을 통해 쌀과 생수 등을 공급받은 뒤 센카쿠열도로 향했다. 이 배에는 홍콩과 마카오·중국 등의 활동가 8명과 기자 2명 등 14명이 타고 있었다. 원래 중국·대만 선박과 합류해 댜오위다오에서 ‘양안삼지(兩岸三地)’가 합동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중국과 대만 당국이 출항을 허락하지 않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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