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행 손연재, 슈즈 벗겨진 아찔한 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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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가 10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둘째 날 두 번째 경기인 리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손연재는 4종목 합계 110.300점을 받아 예선 종합순위 6위로 결선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첫 연기를 끝낸 손연재(18·세종고)는 웃었지만 어쩐지 어색했다. 특유의 환한 미소가 아니었다. 이날 손연재는 예쁘기보다 강했다.

 손연재는 10일(한국시간)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리듬체조 둘째 날 예선 두 경기에서 54.400점(곤봉 26.350·리본 28.050)을 기록했다. 전날 점수까지 더해 총점 110.300점을 얻어 전체 6위에 올라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이날 첫 경기인 곤봉에선 흔들렸다. 연기 초반 곤봉을 잡다 살짝 떨어뜨려 페널티(0.050점 감점)를 받았다. 그래도 침착하게 시나리오대로 연기를 펼쳤다. ‘재즈 머신’ 선율을 타고 역동적으로 연기하며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그러다 강한 회전 연기를 하다 오른발 슈즈가 벗겨졌다. 감점요인은 아니었지만 연기의 균형과 분위기가 깨졌다. 네 가지 종목 중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곤봉에서 실수와 돌발사고가 나오자 그녀 스스로 놀랐다.

첫 경기 곤봉 연기 중 슈즈가 벗겨진 손연재.

 막판엔 작은 실수들이 나왔다. 손연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길고 길었던 1분30초 연기를 끝냈다. 아쉬운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꽃 같은 미소를 터뜨리며 연기를 마무리했던 전날과 달랐다. 아쉬움을 꿀꺽 삼키고 눈을 뜬 뒤에야 그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26.350점. 기대보다 득점이 1점 이상 낮았다. 3경기를 마쳤을 때 순위는 7위였다.

 손연재의 예선 마지막 종목은 그녀가 자신 있어 하는 리본이었다. 또 한 번 실수가 나와 26점대에 그친다면 결선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4명 중 22번째로 입장한 그녀는 어깻짓과 걸음을 평소보다 크게 했다.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는 것 같았다.

 손연재가 빨간 리본을 휘감기 시작하자 웸블리 아레나 곳곳에서는 탄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아리아 ‘어느 갠 날’의 선율에 맞춰 손연재의 리본이 춤을 췄다. 관중의 박수와 함성이 커지자 손연재와 그녀의 리본은 더 자신 있게 움직였다. 연기가 끝나고 손연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번엔 ‘해냈다’는 의미였다. 손을 흔들며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 선 그녀에게 28.050점이 선사됐다. 손연재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손연재는 “올림픽 목표가 결선 진출이었다. 목표를 이뤘으니 결선에서는 마음껏 연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예선전을 마친 결과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선수라는 예브게니야 카나예바, 그리고 그녀에게 유일하게 도전할 수 있는 다리야 드미트리예바(이상 러시아)를 제외하면 3~10위 간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 작으나마 손연재에게도 동메달 가능성이 있다.

런던=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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