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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금융위기로 라틴아메리카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경기침체에 이어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로 라틴아메리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잇단 금리인하와 국제유가의 하향안정세는 중남미 국가들의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을 낮추는 호재가 분명한데도 미국 경기의 경착륙과 아르헨티나경제난은 이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 다국적 금융기관들은 지난해 4.1%의 평균성장률을 기록했던 이 지역의 올해 성장률을 수정, 당초 예상보다 0.8%포인트 줄어든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2.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경우 라틴아메리카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4.4%에 이를 것으로 IMF 등은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 변수'이다. 미국의 경기 경착륙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동요와 중남미에 대한 투자위험도의 비례상승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아르헨티나가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중남미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IMF와 IBRD 등으로부터 약 400억달러의 긴급차관을 수혈받아 최악의 위기를 넘긴 아르헨티나가 최근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아 디폴트(외채 지불중지) 선언설까지 나돌자 중남미 국가들은 몹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대미 무역의존도가 약 90%에 이르는 산유국 멕시코는 올들어 미국이 경기침체조짐을 보이면서 내수시장이 점차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사상 최고수준에 이르렀던 국제유가가 최근 하향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원유수입이 줄어든 것도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6.9%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멕시코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선에 이를 것으로 보고 경제성장 목표도 3.5%로 하향조정했다.

71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한 비센테 폭스 정부는 당장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의여파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부가가치세 신설 등 대대적인 재정개혁과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 확충 등을 통해 경제의 기초를 다지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주력회원국인 브라질은 아르헨티나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강력한 시장보호정책과 대미 수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을 비교적 덜받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각각 4.5%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99년 이미 헤알화 평가절하로 인한 금융위기 직후 변동환율제를 도입, 위기를 극복한데다 대외신인도를 착실히 쌓았기 때문에 이웃국가의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아직은 굳건하다.

그러나 메르코수르 최대교역국인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장기화되거나 디폴트로 이어질 경우 도미노현상에 따라 브라질 경제는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베네수엘라> 중남미 최대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중도사회주의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재정지출 증대정책으로 올해 3.3%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2.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의 재정은 원유판매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차베스 정부는 지난해 원유가의 고공행진 당시 판매대금의 일부를 비축해두었으나 공공노조의임금인상 파업때마다 이를 풀거나 중미 우호국가들에 대한 원유 특혜지원으로 국고가 점차 줄고 있다.

<칠레> 칠레는 비교적 건실한 재정구조를 지녀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 등 국제금융시장의 동요에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메르코수르쪽 보다는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과의교역에 치중해 온 만큼 이들 지역의 경기침체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4.8%로 낮춰잡았다.

IMF는 칠레의 시장개방정책이 가속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5.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에콰도르> 달러공용화 정책을 도입한 이후 경제가 비교적 `순탄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올해 성장목표는 3.4%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경제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IMF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근 재정확충을 위해 정부가 의회에 상정한 세제개혁안이 끝내 부결돼 구스타보 노보아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경제규모가 작은데다 외채 의존도가 높아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는 에콰도르를 비롯해 페루와 볼리비아 등에 언제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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