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추모공연 여는 김아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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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라(45.극단 무천 대표) 가 만드는 무대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5년전 서울의 갑갑한 극장 무대를 버리고 경기도 안성시 죽산의 새 (노천) 극장을 지어 삶의 터전을 옮긴 것도 그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담아낼 무대를 찾기 위함이었는지 모른다.

그가 다음달 광주에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추모공연은 끝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온 극단 무천의 10년 결산이다.

5월18~23일 광주 상무지구의 5.18 기념공원에서 열리는 '오월의 시-서막(序幕) ' .5.18 추모 3부작 대형 프로젝트의 첫번째 무대다.

"광주라는 역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에서는 새로운 공연양식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겁없이 죽산 무천야외캠프장에서 개발하고 연마한 공연양식을 모두 접목해 만들었지요. " 지난해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임철우의 '봄날' 을 각색한 작품이지만 드라마 위주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장르 해체 이전의 원시적 공연형태를 복원.재창조하는 복합장르 음악극으로 만들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웅장한 제의(祭儀) 형태의 퍼포먼스' 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기념공연을 올리면서, 제한된 공연의 형태에서 벗어나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시각.청각적으로 재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는 게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동기다.

김씨는 구천을 맴도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제의(祭儀) 속으로 불러들이는 1부 프롤로그에서 당시 열흘간의 치열한 투쟁일지, 미래를 향한 산 자들의 다짐 등 프로젝트의 서막을 한 시간 반으로 압축했다.

타악과 피아노 연주, 합창과 곡(哭) 소리 사이사이로 배우들이 시를 읊고, 무용가들은 춤을 춘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21년전 금남로의 공수부대 무력진압 광경이 비춰지고, 그 앞에 당시 광주 시민과 군 관계자들의 증언들이 이어진다.

작품에 인용되는 시는 모두 16개. 고정희의 '광주의 눈물비' , 김준태의 '금남로의 사랑' 등 그간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발표된 시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김씨가 재구성했다.

극단 무천 단원들과 광주시립합창단.사물놀이팀.광주 극단 단원 등 총 1백50여명이 출연하고, 극단 유 대표 유인촌과 소리꾼 장사익, 무용가 김현옥 등이 찬조출연한다.

엄마 따라 죽산에 내려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 가람이(12.시낭송) 와 남편 김진해 홍익대 영상학과 교수(영상디자인) 도 참여한다.

"내년에는 죽은 넋을 달래는 판으로, 그리고 2003년에는 산 자들을 위한 축제로 꾸밀 예정입니다.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다음엔 전체작품을 서울에서 한번 올려보고 싶어요. 올림픽공원 같은 곳에서…. 밤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계속되는 대장정이 되겠지요?"

김씨는 이번 광주공연이 끝나면 다시 무천 특유의 워크숍에 들어간다. 오는 8월 무천야외캠프장(원형극장) 에서 선보일 대형 야외음악극 '오델로' 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98년 이후 극단이 매년 선보이고 있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11월에는 한.일 합작품인 '용비어천가' (가제.무라타 기요코의 소설) 를 일본연출가와 공동연출합니다. 4백년전 일본에 끌려간 도공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입니다. 내년 3월에는 이 작품을 도쿄 무대에도 올리게 됩니다. 11월 서울공연이 끝나면 곧배로 12월 있을 극단 무천의 서울공연 '레퀴엠' 준비를 해야지요. "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엔 끝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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