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탁구] 남북탁구 '우리가 남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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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희, 정말 수고 많이 했다. 한 번 멋지게 싸워보자꾸나. " -강문수 한국대표팀 감독.

"지도원 선생, 고맙습니다. " -김현희 북한 선수.

지난 26일 일본 오사카시립중앙체육관. 싱가포르에 손쉬운 승리를 거두며 먼저 여자 단체전 준결승전에 오른 한국 대표팀 코치진은 북한이 지난해 대회 준우승팀 대만에 완승을 거두자 코트로 내려가 승리를 축하했다.

강문수 감독은 이형일 북한 여자팀 코치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고, 김현희.김향미 선수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남북 선수단은 경기 후 사이좋게 기념촬영까지 하며 서로의 선전을 기원하고 헤어졌다.

1986년 중국 선전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판정 시비로 1시간30분 동안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을 벌였던 남북 탁구팀.

그러나 91년 지바 대회에서 단일팀이 우승함으로써 물꼬를 튼 남북한 탁구 화합은 예전 남북 대결에서 벌어졌던 극한 상황을 술자리의 안주 삼아 추억할 만큼 변했다.

비록 단일팀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현장에서 보는 남북 선수단은 이미 단일팀이나 마찬가지였다.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칠 상대지만 남북 선수들은 함께 훈련도 하면서 형제.자매의 우애를 나누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남북 대결을 앞두고 국내외 기자진의 취재 공세에 이형일 코치는 "자꾸 대결.대결이라고 말하지 말라" 고 답했고, 강문수 감독도 "우리가 이기든, 북한이 이기든 어차피 한(韓)민족이 중국과 우승을 다투는 것 아닌가"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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