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이영자 신드롬… 전국은 지금 달리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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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꽃들과 파릇한 신록으로 물든 계절.이봉주 선수가 보스턴 신화를 재현하고 뚱뚱이 개그우먼 이영자가 달리기로 반쪽이 됐다.

이같은 영향때문인지 전국에 마라톤 열기가 뜨겁다.춥지도 덥지도 않아 달리기에 안성맞춤인 아침 공기를 가르며 호흡을 고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최하는 대회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달리기 붐=요즘 전북 전주시 전주종합경기장 축구장은 오전 5시만 되면 50여명이 4백m트랙을 부지런히 도는 모습을 볼 수 있다.대개 10km가 넘는 거리인 30바퀴를 거뜬히 뛴다.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강성운(51 ·회사원)씨는 “2년전부터 건강을 위해 시작해 지금은 50바퀴 정도는 부담없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풍암동 염주체육관 주변 자전거도로는 토·일요일에 가벼운 옷차림의 달리기 애호가들로 붐빈다.이들은 서구문화회관까지 7km 코스를 자신의 수준에 맞게 달린다.

광주마라톤클럽 정종철(40)총무는 “중장년층 위주에서 20∼50대의 회사원·의사·교수·주부 ·학생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 동호회도 크게 늘어 광주에는 10여개가 꾸려져 있다.특히 대덕연구단지 ·정부청사 ·계룡대 등 주요 기관들이 들어서 있는 대전에는 직장인 동호회가 활발하다.

지난해 4월 결성된 통계청 직원 동회회에는 전체 직원 4백30여명 가운데 여직원 9명을 포함해 60여명이 일요일마다 갑천변에서 약 10km 코스를 연습한다.

◇대회도 풍성=충남 보령시는 이봉주 선수가 훈련했던 한적한 시골 국도를 ‘이봉주 마라톤코스’로 지정했다.내년부터 마라톤대회도 개최키로 했다.달리기 붐 조성이 관광객 유치에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대회 창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전주∼군산 1백리 벚꽃길에서 마라톤대회를 처음 열었던 전북도는 올해 국제대회로 규모를 키웠다.15일 열렸던 대회에는 지난해 참가 인원(9천여명)을 훨씬 웃도는 1만3천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전북도 안세경 문화관광국장은 “전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관광객 유치에도 큰 효과가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라톤대회는 자연히 지방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전남 함평군은 올해부터 나비축제때 수변공원 일대에서 대회를 열기로 했다.

전남 완도군은 다음달 말부터 개최하는 장보고축제에 마라톤대회를 포함시켰고,경북 청송군도 다음달 주왕산을 뛰는 산악마라톤으로 수달래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계획이다.

군(軍)도 대회 개최에 나섰다.공군은 창군 이후 처음으로 다음달 어린이날 계룡대에서 단축마라톤대회를 연다.

통계청 마라톤동호회 총무 장치성 사무관은 “건강을 챙기고 치열한 경쟁시대에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데 마라톤은 제격”이라며 “대회가 열리는 전국 곳곳을 찾아가서 뛰며 지역 고유의 문화와 관광을 즐기는 것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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