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일 대표팀의 엇갈린 '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 한국 축구는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했고, 지금 이집트에서 4개국 대회에 참가 중이다. 반면 일본 대표팀은 26일 새벽(한국시간) FIFA 랭킹 7위의 스페인과 경기를 치렀다.

한국과 일본 대표팀 모두 아직 월드컵에 출전할 선수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 하지만 최근 차기 월드컵을 개최하게 될 양 국가 대표팀의 행보는 상이한 점이 많이 엿보인다.

한국은 아직까지 노장 선수 위주의 선수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최근 세계 정상의 프랑스, 스페인을 맞아 신예 선수 위주의 과감한 선수 기용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한국은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이 대회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나 실전 경험을 축적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번 이란과의 경기에서 1:0으로 경기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운 경기였다.

이란과는 이미 여러 차례 국제 경기를 통해 맞붙은 적이 있었고, 팀 주축인 알리 다에이, 바게리, 마다비키아 등 공격과 수비의 핵심 선수들이 모두 제외된 국내 프로리그에서 선발된 2진급 대표팀이었다. 결승전에서 맞붙게 될 이집트도 이란과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별반 소득이 없어 보이는 한국 대표팀의 멀고 험한 '나들이'에 비해 일본의 최근 행보는 사뭇 차이점을 보인다. 일본은 최근 세계 최정상권 축구 강호 프랑스, 스페인과 연이은 경기를 치렀다.

현재 유럽 각국 프로 리그는 최종 승자를 가르기에 바쁘다.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클럽 대항전도 동시에 치러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가면서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이 총망라된 명실상부한 국가 대표팀과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단, 앙리, 트레제게, 스페인의 라울, 엘게라, 멘디에타 등은 차기 월드컵에서 팀을 이끌 기둥 선수들이다. 비록 두 팀을 맞아 모두 패배하기는 했지만 '탈(脫) 유럽'에 16강을 기약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히딩크 대표팀 감독도 16강 묘수는 분명 유럽 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수 차례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행보에 비춰볼 때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한국 대표팀은 홍콩 칼스버그컵과 두바이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했었다. 당시 한국은 유럽의 노르웨이, 덴마크와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지만 두 팀 모두 대표팀 주력 선수들은 제외된 사실상 2진급 진용이었기에 실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두 팀 모두 유럽권에서 강호다운 면모를 보이고는 있지만 '힘의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팀이었다. 현재 유럽 축구 강호로 군림하고 있는 팀들은 힘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개인기와 조직력이 접목된 스타일을 구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 아직 유럽 축구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전과 같은 여건에서 유럽의 강호들을 맞아 16강 묘수를 몸으로 익히고 있는 일본의 시의 적절한 나들이가 우리 대표팀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