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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맛 살리는 조리도구 활용법 ② 칼

중앙일보

입력

초보 주부와 주부 9단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칼질’에 있다. 칼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다루느냐는 주부 내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저마다 쓰임이 다른 칼은 어떻게 사용하고 보관해야 할까. 궁금증에 빠진 주부를 위해 이상학 셰프가 칼을 집어 들었다.

 한식 칼, 일식 칼, 중식 칼, 양식 칼 중 가장 안전한 칼은 무엇일까? 가장 무시무시해 보이는 ‘중식 칼’이 제일 안전하다. 이 셰프는 “칼의 옆 면적이 클수록 손을 다칠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반대로 좁고 긴 일식 칼은 칼날이 재료를 잡은 손 쪽으로 파고들 수 있어 더 주의해 사용해야 한다. 날의 각도도 영향을 미친다. 한쪽이 직각인 일식 칼보다, 양면이 모두 5~7°각도인 양식 칼이 보다 편하다. 이 셰프는 “가정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칼로는 양식 칼을 추천한다”며 “보통 3종이 기본이고, 7종 정도면 활용도가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7종 세트는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식도, 슬라이스 나이프, 카빙 나이프, 본 나이프, 브레드 나이프, 바비큐포크, 스틸 등으로 구성돼있다. 식도는 야채·고기·생선 등 모든 재료를 썰 때 사용하는 가장 유용한 칼이다. 우리나라 주방환경에서는 20cm 크기가 적당하다. 앞날은 뭉툭하지 않고 뾰족하게 뻗은 게 낫다. 뭉툭하면 오히려 날이 손상되기 쉽고, 앞날을 이용해 ‘끌기 방식’으로 재료를 썰 수 없기 때문이다.

 슬라이스 나이프는 식도에 비해 칼 옆 면적이 좁고 길어 일식 칼과 비슷하다. 칼날의 두께는 얇아 세심한 칼질이 가능하다. 절삭력 또한 좋아 당근이나 오이 등의 모양을 낼 때 사용한다. 과도라고도 불리는 카빙 나이프는 과일 껍질을 벗기거나 자를 때, 감자 껍질을 벗길 때 쓴다.

 카빙 나이프와 식도 중간 정도의 크기를 가진 본 나이프는 이름 그대로 뼈째 써는 요리전용이다. 다른 칼과 비교했을 때 두터운 칼날이 손잡이부분에서 끝부분까지 이어져있다. 갈비를 다듬을 때 쓰면 편하다. 톱니모양의 날을 가진 브레드 나이프는 빵을 썰기 적당하다. 빵을 제외한 음식을 썰거나 갈지 않아야 한다. 칼이 망가지는 원인이고, 음식 맛을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 개의 뾰족한 날을 가진 바비큐 포크는 통으로 굽는 오븐 요리에 사용한다.

 긴 봉 형태의 스틸은 칼날을 가는 도구다. 항상 칼질 전에 스틸로 3~5회 정도 날을 갈아준다. 스틸 손잡이를 왼손에 쥐고 봉의 방향이 아래로 가게 한 뒤 칼을 오른손에 쥐고 가볍게 면대로 긁어주듯 사용한다. 이 셰프는 “숫돌을 써서 칼을 가는 등의 행동은 날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칼을 고를 때 칼날과 손잡이가 일체형인 것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칼날과 손잡이 틈새는 세균 서식처로 일체형은 이 부분 세척이 쉬워 위생적이다. 칼날은 물결이나 톱니 모양이 없고, 절삭면이 매끈한 걸 고른다. 또 칼의 무게는 가벼운 것보다 묵직한 게 낫다. 무게감이 있어야 손으로 내리 누르는 수고로움이 덜어진다. 오래 사용해도 손목에 무리가 없고 재료가 가지런히 썰리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셰프는 칼 쓰는 방법과 관리법을 소개했다. 중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세손가락을 이용해 손잡이를 가볍게 쥐고, 엄지와 검지로는 칼 등을 잡아야 한다. 날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고 힘이 덜 든다. 다쓴 칼은 중성세제로 세척해 물기를 닦아서 랙(rack, 칼꽂이)에 둔다. 넣고 빼는 과정에서 칼의 마모를 줄일 수 있는 나무 랙이 좋다.

<글=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도움말=이상학 셰프/촬영 협조=샐러드마스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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