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침, 참 신통하네요” 새벽부터 줄 선 우즈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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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 소속 김호순(가운데) 한의사가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나흘 내내 아침 일찍부터 환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아침 나절인데도 햇살은 따가웠다. 하지만 환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오전 9시 진료가 시작되기 전에 벌써 50여 명 넘게 줄을 섰다.

 지난달 26~2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펼쳐진 보건복지부 산하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대표 강동철)의 진료봉사 내내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국립 타슈켄트 의과대학 3병원 강당에는 이 기간 동안 고려인을 포함한 현지주민 1640명이 찾았다. 한의사·물리치료사·간호사 등 14명으로 구성된 봉사단만으로 다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다. 그래서 타슈켄트 의대 내에 위치한 한·우즈벡 친선한방병원에서 근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한의사·물리치료사 등 5명과 일반봉사단원 7명까지 힘을 보탰다.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곤 오후 5~6시까지 쉴 틈이 없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9시10분, 알리모바 마믈라갓(67·여)이 진료실에 들어섰다. 그녀는 얀기아바디라는 마을에서 이날 오전 4시30분에 버스를 타고 오전 5시에 병원에 도착해 4시간을 기다린 끝에 대기표 2번을 받았다. 준비해온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이날이 세 번째 진료였다. 그는 진찰대 앞에 앉자마자 “스파시바(고맙다는 뜻의 러시아어)”를 연발했다.

 “전에는 다리가 아파 잘 걷지 못했는데 두 번 치료받고 나니 훨씬 덜 아파요. 뭐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 모르겠네요.”

 봉사단의 이춘재(용인 대인한의원 원장) 한의사가 그녀의 오른손 엄지와 중지 마디 근처에 침을 놓고는 걸어보게 했다. 이어 병상에 누인 뒤 발등·발가락·정강이와 귀 주변에 침을 놨다. 그녀는 진료가 끝난 뒤 “의료진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단을 찾은 거의 모든 환자는 침을 맞았다. 비만과 관절질환 환자가 가장 많았다. 생전 처음 침·뜸 치료를 받으면서 아픈 표정을 지었지만 효과를 보자 일부는 나흘 내내 봉사단을 찾기도 했다. 하라조바 파리다(82·여)는 “봉사단 덕분에 많이 회복됐으며 앞으로도 자주 봉사를 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적어서는 28명의 환자 서명을 받아 봉사단에 건넸다. 신영일(49·동신대 한의과대학장) 봉사단장은 “사전 예약을 받지 않았으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환자들이 몰린 걸 보면 한방 진료와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KOMSTA=1993년 출범한 한방 해외의료봉사 조직. 네팔· 몽골 등 28개국에서 13만여 명을 진료했다. 매년 7~10회 봉사활동을 하며 복지부가 매년 2억원을 지원한다. 이번 타슈켄트 봉사는 114번째로 동신대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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