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런던] 양학선 하던 대로만 해, 금은 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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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런던에서 한국 체조의 새 역사가 쓰인다.

 한국 체조의 양학선(21·한체대)이 6일(한국시간) 자정쯤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남자 체조 도마 결선에 나선다. 그가 세계 최초로 선보여 ‘양학선(YANG Hak Seon·양1)‘이라고 자신의 이름이 붙은 기술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양1’은 여홍철 교수의 ‘여2’를 발전시킨 기술로 공중에서 1080도를 돌아 착지한다. 지난해 국제체조연맹(FIG)으로부터 7.4점의 최고 난도 기술을 인정받았다.

 양학선은 지난달 31일 열린 예선에서 ‘양1’을 사용하지 않았다. 1차 시기엔 ‘여2’를, 2차 시기엔 ‘스카라 트리플’ 등 7.0점짜리 기술만 구사해 평균 16.333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전체 2위로 여유롭게 결선에 올랐다.

 전략적 선택이었다. 부담이 작은 기술로 편하게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결승에서 본격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양학선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런 수순으로 도마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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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메달 전망은 밝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토마스 부엘(26·프랑스)이 부상으로 불참했다. 부엘이 빠진 올림픽에서 양학선과 자웅을 겨룰 선수로는 루마니아의 플라비우스 코크지(25)가 꼽힌다. 코크지는 부엘이 빠진 지난 5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난도 7.0점짜리 기술을 두 번 사용해 평균 16.116점에 그치는 등 점수가 낮다. 양학선이 ‘양1’을 사용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받은 점수는 평균 16.566점. 코크지보다 0.4점 이상 높다. 소수점 둘째·셋째 자리에서 순위가 갈리는 체조에서 0.4점의 점수 차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실수만 없다면 무난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은 과제는 ‘평소대로’ 하는 것이다. 조성동(65) 체조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달 말 열린 올림픽 결단식에서 ‘평정심’을 유난히 강조했다. 조 감독은 “’양’1은 7.4점이다. 착지에서 약간 실수가 있어도 다른 선수들이 따라잡기 힘들다. 오히려 양발로 완벽하게 착지하려다 보면 더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평소에 하듯이 한 발이 살짝 나오는 정도의 착지면 충분하다”고 했다. 평정심을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여홍철(41) 경희대 교수가 은메달에 그친 기억 때문이다. 당시 여홍철 교수 역시 세계 유일의 기술로 유력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은메달에 그쳤다. 결선에서 제 기량을 확실히 펼치지 못한 탓이다. 조 감독은 “기술적으론 여홍철도 뛰어났다. 당시 도마나 구름판 등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러나 대담한 성격은 (양)학선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감독 생활 30년 동안 가장 끼 많고 대담한 선수가 양학선이다”라고 자신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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