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별다방도 콩다방도 4000원 아메리카노 3500원어치만 채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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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한 커피인 ‘아메리카노’. 스타벅스에서 2010년 1520만 잔, 지난해 2000만 잔이 팔린 ‘1위 음료’다. 모든 잔의 용량이 동일했을까? 한국소비자원은 “들쭉날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타벅스의 서울 세 개 매장에서 열 잔씩 총 30잔을 사서 비교한 결과다. 같은 크기의 컵에 가장 적게 들어있는 아메리카노는 279g, 많이 들어있는 건 339g 이었다. 355g으로 표기돼 있는 톨사이즈 기준이다. 다른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원은 커피전문점 9곳을 조사해 비교공감(옛 컨슈머리포트) 7호를 5일 발간했다. 서울·경기지역 매장 수가 많은 순서로 스타벅스·커피빈·파스쿠찌·엔제리너스커피·이디야커피·카페베네·탐앤탐스커피·투썸플레이스·할리스커피를 대상으로 했다.

 최소량과 최대량의 차이가 가장 큰 곳은 투썸플레이스였다. 256g만 담아준 매장이 있는가 하면 339g을 제공한 곳도 있어 83g 차이가 났다. 투썸플레이스 홈페이지에 제시된 기준용량은 354ml다. 소비자원은 1ml를 1g으로 환산했다. 용량편차는 커피빈(77g), 탐앤탐스커피(61g) 순으로 많이 났다. 9개 브랜드가 평균 60g 차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판매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같은 식으로 카라멜마끼아또의 용량도 비교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우유거품·시럽을 섞은 음료다. 소비자원은 “아메리카노는 기본음료를, 카라멜마끼아또는 부재료가 많은 음료를 대표하고 인기 메뉴이기 때문에 선정해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카라멜마끼아또의 용량 또한 일정치 않았다. 할리스커피의 용량편차가 131g으로 가장 컸다. 최소량 255g, 최대량 386g이었다. 9개 브랜드 카라멜마끼아또의 용량편차 평균은 86g이었다.

 문제는 값이다. 송규혜 소비자원 식품미생물팀 팀장은 “39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실제로 3500원어치만 제공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355ml(g)로 표기된 아메리카노 열 잔의 평균 용량이 305g이기 때문이다. 송 팀장은 “대형 커피전문점이 기본적인 용량 관리를 못한다는 건 500원 이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잔에 담긴 양 자체도 적었다. 소비자에게 알린 표준용량보다 적게 주고 있었다. 투썸플레이스는 홈페이지에서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의 양을 354ml(g)로 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구입한 열 잔 중 가장 가득 채워진 커피가 339g이었다. 같은 식으로 커피빈은 12oz(340g)로 공지하고 최대량 328g을, 스타벅스는 355g이라 해놓고 339g을 제공했다. 카페베네 아메리카노 중에만 홈페이지에 표기한 320g만큼 담아 준 경우가 있었다. 나머지 5개 브랜드는 홈페이지·매장 어디에도 표준용량을 표시하지 않았다.

 커피전문점들은 “이치에 어긋나는 조사”라고 반발했다. “아메리카노의 용량을 에스프레소가 아닌 총량으로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샷에 물을 첨가해 만든다. 따라서 에스프레소의 양만 일정하면 물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스타벅스 측은 “바리스타가 한 잔씩 손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중량은 당연히 달라진다”며 “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생수는 매장 내에 비치돼 있고, 손님이 얼마든지 아메리카노에 넣어 먹을 수 있다”며 “아메리카노에서 물의 양을 재는 건 코미디”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밀리리터(ml)를 그램(g)으로 바꾼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특히 우유거품이 들어가는 카라멜마끼아또가 그렇다. 부피 단위인 밀리리터로 표기하는 것은 우유 거품의 부피 때문이라는 것. 구입 후 시간이 지나고 거품이 꺼진 음료의 무게를 측정하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제시된 표준용량과 실제용량의 비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표시한 것은 컵의 크기일 뿐 제공되는 음료의 중량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당연히 표준용량보다는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355ml로 돼 있는 컵에 물을 가득 담아보니 410ml 정도 들어갔다”며 “컵 용량이기 때문에 적게 제공한다는 건 이유가 못 된다”고 맞섰다.

 이번 리포트는 브랜드별 커피의 카페인·열량도 비교했다. 아메리카노끼리 비교했을 땐 파스쿠찌 한 잔에 가장 많은 카페인(196㎎)이 들어있었다. 탐앤탐스커피의 아메리카노(91㎎)가 가장 적었다. 카라멜마끼아또 한 잔의 열량은 엔제리너스커피 제품이 280k㎈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이디야커피 203k㎈와 77k㎈ 차이가 났다.

 커피전문점 브랜드 사이의 가격비교는 이번 리포트에서 빠졌다. 소비자원은 6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커피전문점의 가격·카페인·열량 등을 비교하는 리포트를 낼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하지만 소비자원 측은 “원두 가격을 비롯한 매장 유지·마케팅 비용과 같은 것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야 한다”며 “소비자원이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부분만 다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저가커피 전문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놔두고 용량 문제와 같은 지엽적인 것만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공정거래위원회 ‘스마트컨슈머(smartconsumer.go.kr)’에서 6일부터 볼 수 있다.

비교공감 공정거래위원회와 산하 단체인 한국소비자원이 만드는 상품 비교 정보. 올 3월 등산화 10종을 비교해 우수 제품을 소비자에게 추천한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변액보험, 어린이 음료, 무선 주전자, 젖병, 자외선 차단제의 가격·기능·성분과 같은 것을 분석했다. 미국의 소비자 정보 잡지인 ‘컨슈머리포트’에서 따온 ‘K컨슈머리포트’였다가 공모를 통해 지난달 27일 명칭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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