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본계약 체결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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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은행의 합병본계약이 23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주택은행 이사회의 돌발적인 합병본계약 수정으로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주택은행 이사회는 이날 오전 조선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합병계약서의 '합추위 기능'과 관련된 조항을 문제삼아 원안을 부결시키고 수정안을 의결했다.

수정된 조항은 제10조 '합병추진위원회'의 기능과 관련된 제2항으로 '양 은행은 합추위가 심의,조정한 사항을 존중하고 이를 실행키로 한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수정된 원안은 '합추위는 법령 또는 본 계약에서 달리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합병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조정한다. 양 은행은 합추위가 심의, 조정한 사항을 존중하고 이를 실행키로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는 은행법과 정관상 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며"합병 계약서 초안에 따르면 '두 은행은 합추위가 심의.조정한 사항을 조정하고 이를 실행키로 한다'고 명기돼 있어 합추위가 이사회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계약과 법이 상충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만큼 이사회 기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해달라"며 "신속한 합병추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의 이같은 합병계약서 수정안 의결에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따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은행의 합병 본계약 수정안을 두고 다시 이사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합추위의 권한과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합병계약서에 두 은행장의 관인이 이미 찍혀 있다"며 "이사회 결의 후 두 은행장의 자필서명란만 남겨 둔 상황에서 주택은행 이사회가 원안을 수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지난 22일 두 은행이 이미 합의한 합병계약서를 사전예고 없이 수정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주택은행의 수정안 의결은 합추위의 중재기능보다 두 은행의 의사결정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은행의 수정안 의결에 따라 합병 본계약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본계약이 완전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두 은행은 동일한 내용의 합병본계약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고 양 행장이 본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최범수 합추위 간사는 "두 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마침표 하나라도 동일한 내용의 합병본계약서를 통과시켜야 한다"며 "현재로서 한 은행이 입장을 바꾸는 방법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일한 내용으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으면 합병본계약은 유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30분 롯데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합병본계약 체결식은 금융산업노조, 국민은행 노조의 행사장 점거와 주택은행의 이사회 저지투쟁으로 일단 연기됐다.(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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