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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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경제학 고전들을 읽기란 쉽지 않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주지 못하는 데다 어느 정도 경제학 소양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81세인 로버트 하일브로너 교수가 5년 전에 펴낸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원제 'Teachings from Worldly Philosophy' ) 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비록 "읽혀지는 책을 만들어 보겠다" 고 했다지만 경제학 고전의 안내서라는 태생적 한계와, 다른 경제사상서와 달리 고전의 핵심 부분을 발췌해 소개하는 데 역점을 뒀기 때문에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품을 들여 정독할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저자는 1953년 『세상을 뒤흔든 경제사상가들』(원제 'The Worldly Philosophers' ) 을 펴냈다.

현재까지 4백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진, 경제사상사 분야의 대표적인 스테디 셀러다.

그런 바탕 위에 40여년간의 '내공' 을 더해 다시 경제사상을 소개한 책이 바로 이 책 『고전으로…』이다.

저자가 보는 눈은 이른바 '정통파 경제학자' 와는 차이가 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서 마르크스를 위대한 경제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주저하지 않는 '특이한' 경제학자다.

이 책에서도 애덤 스미스나 케인스는 3편 「고전주의 경제학자」와 6편 「20세기 경제학자」의 한 장으로 소개하면서도 마르크스는 아예 한 편을 통틀어(4편 「카를 마르크스」) 소개했다.

정통파 경제학자들이 사회학자쯤으로 치부하는 베블런(6편 1장) 을 위대한 경제사상가의 반열에 올려 놓기도 했다.

저자는 경제는 원래 정치.사회.심리.도덕.역사적 요인 등이 뒤섞인 복잡한 체계인데도, 정통파 경제학자들은 실증할 수 없는 것은 경제학이 아니라며 연구 분야를 극히 제한한다고 매우 못마땅해한다.

또 하나 이 책은 고전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에 손을 적셔볼 기회를 준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지혜를 준다는 점에서 고전은 역시 고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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