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내가 미쳤구나. 로또 맞은 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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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구나. 로또 맞은 기분이다."

김지연(24·익산시청)이 2일(한국시간)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소피아 벨리카야(러시아)를 15-9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 펜싱 역사상 첫 메달이자 김지연의 국제대회 후 첫 우승이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극적이었다. 김지연은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를 맞아 한때 5-12로 뒤졌다. '이기기는 힘들지만 포기하진 말자'고 생각한 김지연은 2피리어드 2분42초부터 10초간 5득점을 하며 10-12까지 쫓았다. 이후 자구니스가 1점을 뽑으며 달아나자 다시 연속 5득점하며 15-1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국제대회에서 크게 앞서다 역전을 허용한 적은 있어도 대역전승을 거두긴 처음이다. '스스로도 역전은 어렵다'고 생각한 김지연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관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2위 벨리카야를 맞아 11-5로 앞서다 11-9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결국 승리를 지키고 시상식 꼭대기에 섰다.

아무도 예상못한 '깜짝 우승'이다. 2010년 대표선발전 16강에서 탈락한 김지연은 올림픽 메달권 후보로조차 분류되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김지연을 본 김용율 대표팀 총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지연의 스피드를 눈여겨 본 김 감독은 감독자 추천 선수로 그를 선발했다.

학창시절 육상과 태권도를 배운 그는 빠른 발이 최대 장점이다. 뛰는 걸 좋아하고 발이 빨라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도 '발바리'다. 김지연은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를 상대로 한 발 빠른 타이밍으로 승부했다. 평소 수비에 능한 김지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공격하는 척하며 상대 공격을 유도한 뒤 이를 피하고 순식간에 반격하는 작전을 즐겨 사용한다.

김지연은 "메달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올림픽에서 국제대회 첫 1등을 달성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국제 대회 첫 우승 소감을 밝혔다.

런던=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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