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 터진 태권도 판정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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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해에 그동안 감춰졌던 치부를 드러냈다.

국기원에서 열리고 있는 2001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용인대 학생들의 경기장 점거로 2차례나 경기가 중단된 전대미문의 사태는 그동안 누적됐던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것이라는게 태권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비단 이번 대회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지방에서 개최된 많은 대회에서 심판 판정으로 인해 수 많은 몸싸움이 발생,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심판판정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잠재돼 있었던게 사실이다.

또 일선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심판 판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보다는 쉬쉬하고 덮어 둔 대한태권도협회의 안일한 태도도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명백한 오심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경기 중단 사태의 발단이 된 16일 이현수(용인대)와 이남열(성균관대)의 경기를 제외하더라도 허공을 차거나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 부위를 가격해도 득점이 되는가하면 곧바로 경고를 주지 않고 주의를 줘 감점을 하지 않는다고 한 지도자는 주장했다.

태권도 관계자들은 이같은 오심의 원인으로 심판진들의 불공정한 운영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대회 비중에 관계없이 협회 집행부쪽과 가까운 심판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이들 심판 역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지도자들의 선수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것.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심판 14명중 전국대회 경험이 있는 심판은 단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심판들이라고 한 태권도 관계자는 전했다.

11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를 선발하는 이번 대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심판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또 이현수와 이남열의 경기가 끝난 뒤 곧 바로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오심 여부 등을 결정해야 했음에도 대표 선발전 이후에 재조사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협회의 미온적인 태도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한국 대표 선발이 올림픽 메달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직결될 수 있는 마당에 관련 지도자나 선수들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는게 중론이다.

결국 용인대 학생들은 협회의 미온적인 태도에 반발, 오심 여부 결정은 물론 집행부 사태까지 요구하며 2차 점거를 하게됐다.

물론 이같은 이유 때문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표선발전을 중단시킨 용인대학생들의 행위도 용납될 수는 없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써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해묵은 숙제를 풀어야만 할때가 온 것이다.(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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