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중국, 12시간 전기고문·구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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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중국에 114일간 구금됐다 지난 20일 추방돼 귀국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가 구금 상태에서 당했던 고문 참상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30일 한 TV에 출연해 중국에서 받은 고문이 20여 년 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구국학생연맹 사건으로 50일 동안 당한 고문보다 더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그(안기부 고문) 당시엔 주로 몽둥이로 구타당하는 고문을 당했고 전기고문은 당하지 않았다. 짧은 기간을 놓고 보면 중국에서 당한 전기고문이 더 강력한 고통”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씨의 발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고문 상황.

 ◆수갑 채운 채 의자에 재워=중국의 고문과 가혹행위는 김씨가 묵비권을 행사할 때 주로 이뤄졌다. 중국 공안은 김씨를 체포한 지 13일째인 4월 10일께부터 7일 연속으로 잠을 재우지 않는 가혹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전기고문은 4월 15일 밤부터 시작됐다.

 그는 고문 전 얼굴에 복면이 씌워진 채 심전도·결핵 검사 등을 받아 공안이 상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고문을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50㎝ 길이의 전기봉을 이용한 고문은 5시간에서 8시간 정도 계속됐다. 전기봉의 끝은 4㎝였으며 이 중 1㎝ 정도의 부분에 전류가 흘렀다.

 전기고문에 이어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는 구타가 이어졌다. 그는 맞을 때마다 얼굴과 몸 전체에 큰 충격을 받았다. 30분에서 1시간가량 이어진 구타로 얼굴 상처가 심해지자 중국 공안은 다시 전기고문을 했다.

 고문은 15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12시간 정도 계속됐다. 고문으로 그는 결국 침묵을 깼다. 그 뒤 심한 고문은 받지 않았지만 공안의 조사가 끝난 4월 28일까지 수갑을 찬 채 의자에서 앉아 잠 잘 것을 강요당했다.

 ◆외교부 소극적 대응=김씨가 고문을 당하던 초기에 영사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공안의 조사가 끝나기 직전인 4월 26일에야 주 선양 총영사관 담당 영사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공안의 감시 탓에 영사에게 고문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 영사는 47일 뒤인 6월 11일 2차 면담 때 김씨로부터 가혹행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 김씨는 영사에게 “전기고문과 연속 잠 안 재우기 고문을 당했다”고 간략히 말했다. 정부는 그 뒤 수차례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중국 측은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정부는 신속하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김씨에게 고문·가혹행위를 공론화하는 문제를 두고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중국은 현지에 있는 김씨의 동료 문제를 거론하며 김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 대책 마련키로=하금열 대통령실장은 30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김씨에 대한 중국의 고문과 관련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안홍준·박민식·정문헌·하태경 의원 등 6, 7명으로 구성된 당내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키로 했다. 하태경 의원은 김씨의 장기 구금에 대해 “고문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기다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허진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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