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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의 시시각각

스스로 드러낸 안철수 자질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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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2012년은 심판론과 자질론의 일대 결전이다. 심판론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자는 것이다. 자질론은 “지금 같은 야당에 나라를 맡길 순 없다”는 주장이다. 4·11 총선 때는 야당 자질론에 불이 붙어 새누리당이 크게 이겼다. 야당 지도부의 말 바꾸기와 김용민 막말·저질 파동이 겹친 것이다. 총선 후 불길은 진보·좌파 자질론으로 번졌다. 이석기·임수경 파동과 종북(從北) 논란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불길 하나가 일어나고 있다. ‘안철수 자질론’이다. 그것은 안철수가 인기 교수를 넘어 과연 대통령을 맡을 능력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자질론은 주로 비판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커지고 있다. 안 교수를 주시했던 비판자들은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에 실망해 적극적인 반대자로 돌아서고 있다. 그들은 “안 교수가 ‘대통령 감’치고는 너무도 얕은 지식과 미숙한 시각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본질적인 고민과 종합적인 식견이 부족한 운동권 신입생 수준”이라는 평도 많다. 이런 인식들에는 근거가 있다.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사안을 냉정하고 종합적으로 보는 능력일 게다. 용산 사태는 이를 시험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일부 세입자와 외부세력이 빌딩을 점거하고 폭력사태를 벌였다. 차들이 지나는 도로에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쐈다. 경찰 진압 때 농성자의 저항으로 화재가 발생해 시위자 5명과 경찰 1명이 죽었다. 법원은 농성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지도자는 법과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당한 공권력을 옹호해야 한다. 그런 후에 재개발 대책을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안 교수는 ‘개발만능주의 정부가 빚은 참극’이라고 선동했다.

 광우병 사태에 대해 그는 이렇게 적었다. “정부가 사람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정당성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평화로운 집회와 폭력 시위조차 구별하지 못한다. 경찰관들 옷을 벗겨 린치를 가하고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게 ‘사람 모이는 즐거운 일’인가. 그는 명박산성이라 불린 경찰 저지선을 규탄했다. 그렇다면 폭력 시위대가 청와대를 점령해도 ‘안철수 대통령’은 괜찮다는 말인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서도 그는 불법 점거엔 눈을 감고 엉뚱하게 정부와 기업을 공격했다.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안 교수는 이렇게 비난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 이는 과정을 모르는 무식한 발언이다. 해군기지는 제주도민 여론조사로 추진이 결정됐다. 유치 희망 후보지 3곳 중에서 여론조사로 강정마을이 정해졌다. 이 모든 게 노무현 정권 때 이뤄졌다. 최근 대법원은 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북한에 관해 안 교수는 순진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을 어떻게 죽였고,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어떻게 했으며, 남한이 퍼준 달러가 핵개발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안 교수는 아무런 지식과 고민을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에 대해 그는 “이견을 무시하는 정부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이는 틀린 얘기다. 정부는 야당 추천 조사위원까지 포함시켰다. 정부가 의문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안 교수는 무조건 정부를 몰아세운다. 전형적인 선동이다.

 안 교수는 복지·일자리·국민연금·건강보험·노사 등에 관해서도 공허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적잖은 전문가가 그의 허구(虛構)를 고발했다. 대표적인 이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다. 인터넷 ‘정규재 TV’는 안 교수의 거품을 낱낱이 파헤쳤다. 내용이 논리적이어서 관심이 뜨겁다. 조회 수가 10만에 육박한다. 안 교수는 책의 반응을 보고 출마를 결심하겠다고 했다. ‘정규재 TV’를 보는 사람이 늘수록 출마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낭떠러지에 있다고 안 교수는 썼다. 안철수 자신은 자질론의 낭떠러지에 있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