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독서관련 프로 대폭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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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봄개편을 맞아 공중파 방송사들이 독서관련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기존에 있던 책코너의 비중을 높이는 등 독서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는 곳은 KBS. 1TV를 통해 오는 5월 3일부터 매주목요일 오후 10시 본격 독서프로그램〈TV, 책을 말하다〉를 방송한다. KBS는 지난 3월 3, 4일, 이 프로그램의 프롤로그격으로 같은 제목의 특집다큐멘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50분의 방송시간 가운데 40분간은 최근 화제가 되고있는 한 권의책을 선정해 그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방영하는 한편 석학들을 스튜디오로 초청해 책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나머지 10분간은 한 주간의 출판가 흐름과 베스트셀러 및 신간 등을 소개한다.

첫회는 시오노 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를 주제로 구성될 예정. 이를 위해 제작진은 이탈리아까지 가서 시오노 나나미를 취재하고 돌아왔다.〈해리포터〉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도 섭외중이라는 후문이다.

제작진은 매달 마지막주 프로그램을 '작가와 대중의 만남-북콘서트'(가칭)로 꾸민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유명 연극인 또는 영화배우가 무대에서 책의 일부를 읽어준후 저자와 객석의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책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기획의도다.

KBS는 이 프로그램을 수목드라마가 방영되는 황금시간대에 편성하고, 4명의 PD가 번갈아가며 연출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구색 맞추기식 독서 프로그램과의 완전한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SBS는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의 책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러브FM(103.5㎒)을 통해 매일 오전 11시 5분에 방송되는 독서 프로그램〈책하고 놀자〉를 지난2일 봄개편과 함께 새 단장했다.

시인 김갑수의 단독진행에서 장석남, 은희경, 김영한, 하성란, 구효서, 양귀자등 유명 문인들이 한달씩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 가장 두드러진변화다.

화제의 책을 낸 사람들을 만나보는 '장석남이 만나고 싶은 사람', 유명인사의독서경험을 들려주는 '책과 나', 청취자의 독후감을 노래로 들려주는 '노래로 읽는독후감' 등 다양한 코너로 꾸며져 지루하게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청취자들의 최근 반응이다.

MBC는 오는 27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2시 15분에 방송될〈문화매거진21〉에 독서관련 코너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단순한 책의 내용소개에서 벗어나 사회적 이슈를 제공하고 있는 책의 저자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한편 EBS는 현재 지상파TV로서는 유일한 독서프로그램인〈정운영의 책으로 읽는세상〉의 방송시간을 화요일 오후 9시 20분에서 토요일 밤 12시 20분으로 옮겨서 방송하고 있다. 또 FM(104.5㎒)을 통해 매주 토요일 한차례 방송되던〈책과의 만남〉을 폐지한 대신, 매주 월~토요일 오후 7시 40분에 국내외의 고전소설을 성우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라디오 소설극장〉을 새로 편성해 관심을 끌고있다.

안정임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론형성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TV가 독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지속적인 편성이 요망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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