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링거인겔하임 롤프 크랩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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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링거인겔하임(http://www.boehringer-ingelheim.co.kr)의 창립 25주년을 맞아 최근 방한한 롤프 크랩스 본사 회장(61)은 "앞으로 세계시장이 아니라 자기 나라에서만 경쟁하는 제약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크랩스 회장은 "독일의 경우 4백80여개 제약회사가 있으나 구조조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고 소개하고 "한국에 제약회사가 4백60여개나 있는 것은 인구나 경제력에 비해 많은 느낌" 이라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의약분업 이후 국내 군소제약회사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앞으론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 고품질의 복사의약품을 대량생산하는 회사, 아주 특정한 의약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 등 세 가지 유형의 제약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다. 이 중 하나라도 전세계 시장을 겨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

- 독일은 의료시스템이 어떻게 정착했나.

"20세기 초부터 의약분업 형태로 시작했다. 그러나 독일도 최근 의료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게 늘어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아홉 번이나 의료제도를 뜯어 고쳤다. 선진국으로 갈 수록 의료서비스가 좋아지는 대신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비싸지는 건 어쩔 수 없다. "

- 막대한 연구개발비 때문에 신약이 너무 비싸졌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신약의 효과는 불과 10년전과 비교해도 월등히 좋아졌다. 부작용이 크게 준 대신 치료효과는 크게 높아졌다. 이로써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고 환자의 수는 줄게 된다. 그런 것들이 가져오는 경제적인 이득을 따져봐야 한다. "

- 1백년 넘게 회사가 꾸준히 발전했는데.

"보수적인 경영이 비결이다. 창업자 시대부터 이익이 생기면 항상 재투자를 했다. 지금도 매출액의 16%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부채비율은 65%를 절대 넘지 않도록 한다. 자기자본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미개발국가에는 에이즈 치료제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등 사회환원 활동에도 힘을 썼다. "

베링거인겔하임은 1976년 백수제약과 50대 50 합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세계 17위 제약회사다. 지난해 4백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본사는 독일에 있다. 회사 전체 매출액은 99년 기준 6조원이다.

서익재 기자 ik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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