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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영어 쓰기 기술, 독해와 함께 하면 빠른 길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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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남용호 기영인농어학원 원장

우리는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오해를 한다. 아니 오해하는 척한다. 영문법 공부가 그렇고, 또 쓰기 공부가 그렇다. 문장구조가 파악되지 않으면 정확한 독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독해 잘하면 되지 문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 하며 최면을 건다.

 단어만 죽으라고 외운다. 그것도 문장 속의 단어가 아니고, 단어집을 사서 외운다. 하루에 30개씩, 한 달에 900개의 영·단어를 외운다. 그리고는 ‘주요단어 외웠으니 독해 되겠지’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나 암기한 단어 수에 감동한다. 하지만 많은 단어를 암기했다고 영어 쓰기를 잘하는 건 결코 아니다. 한영사전에 의존해 학생들이 작문한 글을 보면 고쳐주기보다 새로 써주는 게 훨씬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쓰기는 ‘조합의 경제학’이다. 배우고 사용해야 실력이 는다. 적은 어휘와 단순한 문장구조만으로도 기술만 있으면 좋은 문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조합하기 좋게 바꾸어 놓고 쓰면 잘 써진다. 그게 바로 ‘영어 쓰기의 기술’이다.

 문장구조 차원에서 영어와 국어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동사다. 영어 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게 적당한 동사를 찾아내는 일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적합한 동사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 당연히 막힌다. 억지로 쓰다 보면 ‘콩글리쉬’가 탄생한다.

 그런데 영어 쓰기의 가장 큰 오류는 동사가 아닌 주어의 설정에서 온다. 영어 문장은 구조체이기 때문이다. 문장에서 동사가 관계의 중심이라면 관계의 시작은 주어다. 주어에서 구조관계가 시작된다. 글을 쓸 때 적합한 동사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미 문제는 주어에서 발생한 거다. 주어를 잘못 잡았기 때문에 동사 선택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주어는 그대로 두고 동사만 가지고 고민하다 보면 글이 막힐 수밖에 없다. 영어 쓰기의 1차 기술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적합한 주어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 기술은 터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독해 공부와 쓰기 공부를 병행하는 게 해답이다. 직역과 의역을 활용하면 된다. 가령 ‘I lost weight’는 직역하면 ‘나는 무게(체중)를 잃었다’, 의역하면 ‘(나는) 살이 빠졌다’다. 독해에서는 직역에서 의역으로 쉽게 오갈 수 있다. 그러나 ‘살이 빠졌다’를 막상 영어로 옮기려면 상황은 확 달라진다. 국어 구어체에서는 1, 2인칭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주어인 ‘나는’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살’을 주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살’이 영어로 뭔지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빠졌다’는 더 난감하다. 이때 ‘살이 빠졌다’의 직역을 기억해내면 문제는 해결된다. 주어가 ‘살’이 아니고 ‘나’임을 상기하는 거다. 직역 표현인 ‘나는 무게(체중)를 잃었다’가 의역 표현인 ‘살이 빠졌다’보다 영어표현에 훨씬 가깝다. 이처럼 평소 독해 공부를 할 때 직역·의역을 습관적으로 의식하면 쓰기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국어능력도 덤으로 는다.

 가정에서 학부모가 영어 쓰기 교육을 하기 좋은 전통적 방법이 하나 있다. 쉬운 영어로 된 소설을 우선 읽고 해석한 뒤 그 해석을 보고 영어로 다시 작문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직역과 의역을 충분히 활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아이들의 독해수준보다 훨씬 낮은 책을 선택하는 거다. 쓰기에서 과욕은 스트레스만 준다.

남용호 기영인농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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