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高手가 되려면 마음을 다스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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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는 흔히 ‘고수(高手)’라는 말을 자주 쓴다. 여기서 고수란 문자 그대로 수가 높다는 뜻이다. 즉 주식의 고수는 시장의 수를 읽고, 완벽한 예측과 대응을 함으로서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일 것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고수가 되는 것을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보통 바둑을 둘 때 5급 수준만 되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석’을 줄줄 꿰게 된다. 이 정석이란 고래로부터 내려오던 수로부터 근래의 수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최선의 대응을 정리한 것을 말한다. 정석은 9단이든 5급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실제 대국에서 이 둘의 차이는 비교할 수도 없다. 5급은 정석을 알기 때문에 다음 수는 정해져 있으며, 9단은 정석을 알기 때문에 다음 수를 알 수가 없다. 즉 5급은 다음의 수가 정형화되어 예측할 수 있지만, 9단은 그 정석을 이용하고 만들어 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에서도 우리는 기술적 분석 책자 한 권, 혹은 어떤 데이 트레이딩 고수의 책 한 권을 금과옥조로 삼고, 차트 분석이나 보조지표 혹은 각종 이론들을 줄줄이 꿰고 있지만 시장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으며 고수가 되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즉 다 같이 족보를 알고 이해하는 상황에서는 정석을 알되 정석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고, 과거의 정석을 알되 지금의 변화된 정석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시대 검법의 달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필생의 숙적 사사끼 고지로와 마지막 대결을 치른다. 이 대결에서 무사시는 당일 결투 장소인 섬으로 배를 타고 가면서 노를 하나 집어들고 주머니 칼로 목검을 깎는다.

목숨을 건 접전을 앞에 두고, 안개 낀 새벽, 호수를 가로지르며 목검을 깎는 무사시와 대결 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숫돌에 날을 갈던 고지로의 싸움은 여기서 이미 승부가 결정된다.

팽팽한 극고수들의 일합은 죽음을 앞두고 목검을 깎던 무사시의 여유와 숫돌에 칼날을 세우던 고지로의 긴장의 싸움이며, 유과 강의 싸움이며, 다스림과 곧추세움의 싸움이었다. 결국 이 두 사람의 일합에서 승부는 고지로의 패배로 귀결된다.

이 무사시가 얘기한 검술에 대한 이야기는 새겨볼 만하다.

“검술이라는 것은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의 전수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자기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또 미야모토 무사시는 ‘눈’에 대하여 얘기했다. “검술에서 치는 것은 보는 것이므로 ‘감’이라 하며 ‘눈’을 통해서 상대의 모든 움직임과 마음을 보는 것을 의미하므로 ‘눈’은 말보다도 더 많은 말을 한다.” 즉 시야를 넓힌다는 것이므로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전관(전체적인 안목)’을 의미한다.

“때려서 이기지 말고 이겨서 때려라.” 즉 이 말은 기술을 가지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마음을 제압한 후 기술을 행하라는 뜻인 것이다.

또 전통무예를 설(說)한 무예보통지에 무형론(無形論)이란 것이 있다. 맨 처음 아무것도 모르는 무형(無形)에서 기술을 익혀 유형(有形)의 단계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익힌 형을 잊고 자유롭게 기술을 구사하는 무형(無形)이라는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모든 삼라의 이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익혀서 잊어라’고 하는 가르침은 그것을 의미한다. 무형(無形) 레벨에 이르려면 무형(無形)의 연습이 필요하다. 유형(有形)의 연습만 반복하면 언젠가 무형(無形)에 이른다고 하는 것은 망상이다.

즉 무형(無形)의 레벨에 이르고 싶다면 유형(有形)이 아닌 무형(無形)의 연습이 필요하다.

시골의사 씽크풀

필> 투자전략가(appendix@thinkpool.co.kr)

필필자 시골의사는 64년생으로 월평균 15%의 투자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주식투자경력 10년의 개인투자자다. 현재 지방중소도시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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