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 대작의 선율 봄맞이 무대

중앙일보

입력

화려한 테크닉과 서정성을 겸비한 피아니스트 백혜선(36.서울대 교수) 씨가 4년만에 독주회 무대에 선다.

17일 광주 문예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19일 부산 문화회관, 20일 순천 문예회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4일 울산 현대예술관, 27일 대구 문예회관 등 6개 도시를 도는 대장정이다.

프로그램은 독주회 무대에선 자주 들을 수 없는 대작으로 꾸몄다. 50여분 걸리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과 25분짜리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 이다.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하는 곡들이다.

두 작품에 흐르는 공통된 테마는 '주제와 변주(變奏) ' 다. 주어진 틀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펴는 작곡기법의 기초. 작곡가는 물론 피아니스트에게도 변주곡은 기본기를 닦는 훈련과정이다.

물론 단순한 손끝의 테크닉만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음악은 결코 아니다. 각 변주의 분위기와 특성을 얼마만큼 잘 살려내느냐가 연주의 관건이다.

백씨는 "더 넓고 깊은 음악세계로의 도약을 위해 기초를 재정비하는 마음으로 변주곡을 택했다" 고 설명했다.

공연을 앞둔 백씨는 "두려움과 함께 벅찬 감격과 설렘이 앞선다" 며 "호흡이 긴 작품인 만큼 긴장감을 잃지 않고 다채로운 표정을 살려내겠다" 고 말했다.

'디아벨리 변주곡' (1823) 은 '디아벨리 왈츠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 의 약칭. 베토벤이 남긴 피아노곡 중 가장 장대한 규모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은 '피아노 문헌 중 가장 위대한 작품' 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여간해선 도전하기 어려운 곡이다. 오죽하면 피아니스트들이 '공포의 계곡(Dire Valley) ' 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출판업자 겸 작곡가 안톤 디아벨리(1781~1858) 는 자신이 작곡한 왈츠를 주제로 베토벤.리스트.슈베르트 등 무려 50명의 작곡가에게 변주곡 한 곡씩을 위촉했다.

베토벤은 처음엔 보잘 것 없는 왈츠 주제인데다 돈이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디아벨리가 싫어 거절했었다.

하지만 베토벤은 조약돌 같은 평범한 주제를 갈고 다듬어 보석처럼 빛나는 변주곡을 탄생시켰다. 때로는 주제를 조롱하기도 하고 바흐식의 푸가로 숭고하게 떠받들기도 한다.

베토벤 특유의 유머감각과 함께 바흐.모차르트.하이든 등 자신이 존경하는 음악가의 스타일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파가니니 대연습곡' (1851) 은 리스트가 '피아노의 파가니니' 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작곡한 '출사표' 와 같은 작품.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주제와 24개의 카프리스' 중 6곡을 건반 위에 펼쳐낸 작품이다. 높은 음역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음색이 일품인 제3곡 '라 캄파넬라(종) ' 이 가장 유명하다.

백씨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러셀 셔먼 교수를 사사했으며, 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에 이어 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에 입상했다. EMI 레이블로 '데뷔' '즉흥과 변주' 등 2장의 음반을 냈다. 02-598-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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