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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장님이 들려주는 'LA서 주유소 오픈하려면?'

미주중앙

입력

LA에서 7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해리 한 사장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윌셔와 버몬트 코너에 있는 쉘 주유소에서 주유소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식 기자

윌셔와 버몬트. LA한인타운 내 가장 번화한 사거리 중 하나다. 한마디로 노른자위다. 그 곳에는 쉘 주유소 하나가 널찍하니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저 주유소 하나 가지고 있으면 먹고 사는데 걱정은 없겠네"라는 생각을 한번쯤 했을 것이다.

그 노른자위 주유소의 주인은 한인이다. 해리 한 사장. 한 사장은 윌셔.버몬트 주유소 외에도 다운타운에 있는 그랜드 쉘 등 LA내 쉘과 모빌 주유소 7개를 운영하고 있다. 7개 중 6개는 부지도 소유하고 있다. 수입은 얘기하지 않았다. 세금만 연간 50만 달러 정도를 낸다고 한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유소 투자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7일 주유소 투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윌셔 버몬트 주유소를 찾아가봤다. 한 사장은 그러나 "지금은 주유소 사업을 시작할 적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인들이 주유소 사업에 관심이 많다.

"안다. 주유소 사업하면 어떻겠냐며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사람들은 (직접 일은 하지 않고) 돈만 투자해서 한 달에 7000~8000달러 벌 수 있기를 바라고 주유소 사업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자신이 신경 써서 관리하지 않으면 힘들다. 주유소는 까다로운 비즈니스다. 주유소 매입 전에 최소 6개월은 주유소에서 일해보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면이 어려운가.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 비가 많이 와 기름통에 습기가 조금만 차도 주유 공급이 중단된다. 지진이 와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건 종업원이 아니다. 오너가 빠르게 대처해줘야 한다. 물론 오래 하다 보면 관리 노하우가 생긴다. 수익을 내기도 쉽지는 않다."

-주유소 사업을 하고 싶다면.

"우선 충분한 자본이 있어야 한다. 융자를 많이 끼고 사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주유소 매입을 생각하고 있다면 최소 매입금액의 반은 자기 돈이 들어가야 한다. 요즘에는 대부분 땅까지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 따라 차가 있겠지만 평균 250~300만 달러 정도에 매입이 가능하다. 렌트하는 주유소가 많지 않지만 렌트를 할 경우 처음 50~70만달러는 들어간다."

-주유소 매입시 중요한 포인트는.

"자리가 100%다. 트래픽이 많은 번화가여야 한다. 가장 좋은 건 프리웨이를 끼는 거다. 사람들은 프리웨이를 탈 때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개스를 가득 채운다. 그에 비해 동네 주유소의 경우 주유통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

-개스 팔아서 돈 안 남는다고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

"맞다. 한 달에 20만 갤런씩 팔면 모를까.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한 달에 20만 갤런 팔기가 쉽지 않다. 윌셔점도 과거 30만 갤런 정도 팔았지만 지금은 한 달 23만 갤런 정도 나간다. 예로 윌셔 버몬트 주유소는 현금을 받으면 현재 갤런당 9센트가 남는다. 크레딧 카드는 6센트를 더 받는데 비자는 수수료가 2%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는 3.2% 떼어간다. 아멕스 카드 받으면 갤런당 3센트 남는다. 그렇게 팔면 월 1만4000~1만8000달러 버는데 융자를 많이 끼고 있으면 이자도 안나온다. 거기에 인건비 전기 값 등도 만만치 않다. 결국 주유소에 달린 매장에서 스낵이나 음료 등에서 충당해야 한다."

-주유소를 팔 생각이 있다면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그래서 지금은 주유소를 팔고 싶어도 안판다. 지금까지 해온 우리도 힘든데 새로운 사람이 하면 더 힘들지 않겠나. 경기가 풀리면 사라."

-지금 보니 마켓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꽤 많다.

"이 곳(윌셔 버몬트점)은 하루 트래픽이 2500~3000명 정도 된다. 마켓에서만 하루 3000달러 정도 파는데 앞으로 수익을 더 높이기 위해 9월 말 윌셔점을 포함해 4개 점을 세븐일레븐으로 변경한다. 세븐일레븐은 지금있는 푸드마트보다 인지도도 높고 아이템도 다양하다."

-개스 값이 올라가면 주유소가 돈을 버나.

"아니다. 우선 차 운행을 덜한다. 경기가 안 좋고 개스 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카드를 많이 쓴다. 수수료가 많이 나간다. 돈을 더 벌 수가 없다."

-7개 주유소 중 수익이 가장 높은 주유소는 어딘가.

"다운타운 주유소다. 다운타운에는 우리 주유소뿐이 없다. 그래서 마진이 높은데 15만 갤론만 팔아도 10만불 가까이 남는다. 또 다운타운 주유소를 예로 들면 75%가 카드고객인데 법인카드를 많이 사용하니 개스를 가득 채운다."

-주유소는 현금이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위험하지 않나.

"주유소 운영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사람이다. 한 주유소에 현금이 하루에 1만5000 ~2만 달러가 들어온다. 그만큼 믿을 만한 직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우리 주유소에는 30년이 넘게 일한 직원을 비롯해 10년 넘게 일한 직원도 여럿 있다. 이 윌셔 주유소의 매니저도 7년이 넘었다. 물론 가끔은 문제가 있었던 직원도 있다. 한번은 돈을 빼돌렸던 직원이 있었다. 아내가 와서 생활고 때문이라며 한 번만 봐달라고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라고 사죄하더라. 그래서 한번 용서하기로 했다. 다시 일할 기회를 줬다. 지금도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주유사업했다. 기억에 남는 일도 있었을 것 같다

"81년도였던가. 기름 파동이 났을 때가 생각난다. 개스를 사기 위해 다운타운에 있는 주유소 한 블럭을 둘러 싸고 차들이 줄을 섰다. 개스 넣으려면 한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자바 등 다운타운에서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차를 맡겨 놓고 가면 내가 대신 넣어 주기도했다."

한 사장은 광주서중.목포고를 나와 조선대 약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1975년 30세에 이민을 왔다. 2년만인 1977년 다운타운 그랜드 주유소를 인수해 주유소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 후 35년 넘게 주유소 사업을 하고 있다.

- 주유소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한국서 약대를 나와 약국을 운영했다. 또 택시사업도 했다. 전라남도 진도에서 아버지가 택시 사업을 했다. 그 사업을 팔고 중앙택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택시 사업을 했다. 그렇다 보니 그 당시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다."

-한국서도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데 이민을 택한 이유가 있나.

"당시 유신시대였는데 당시 한국의 정치 분위기가 싫었다. 그래서 이민을 결심했고 미국 약대에서 공부하려고 왔다가 주유소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주유소 사업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지금이 67세니까. 건강하면 75세까지는 해볼 생각이다. 1~2개만 소유하고 있으면서 쉬엄쉬엄 하면 되지 않겠나."

오수연 기자 s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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