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콧, 쏟아진 동정에 "난 괜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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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디 오픈 챔피언 어니 엘스(남아공)는 우승 소감을 묻자 가장 먼저 애담 스콧(호주) 얘기를 했다.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문을 연 엘스는 스콧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냈다. 엘스는 “나 역시 크고 작은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날리고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나처럼 힘든 상황을 오래 겪지 않기를 바란다. 스코티(스콧의 애칭)는 재능 있는 선수다. 이제 32세인 그는 아직 젊기 때문에 빨리 극복해 낼 거라고 믿는다. 그가 향후 10년 이내에 내가 거둔 메이저 승수(4승)보다 더 많은 우승을 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덤 스콧(호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로열 리덤&ampamp;세인트 앤스 골프 클럽(파70)에서 끝난 디 오픈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잃고 최종 합계 6언더파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68개 홀 동안 경기를 잘 하고도 마지막 4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우승컵을 놓쳤다.

경기 직후 스콧은 동료들로부터 동정 어린 시선을 받았다. 스콧과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던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도 “그에게 어떤 말을 해 줘야 할지 너무 어려웠다. 스콧은 오늘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드라이브 샷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실망이 크겠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많다. 그는 훌륭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스콧은 동료들의 위로에 아쉬움을 달랬다. 스콧은 “너무 실망하지는 않겠다. 이번 주 내내 좋은 경기를 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4개 홀을 남겨두기까지 우승은 내 손안에 있었다. 막판에 샷이 흔들리면서 우승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스콧은 '우상' 그렉 노먼(호주)처럼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겠다고도 했다. 노먼은 1996년 마스터스에서 6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7타 차로 무너진 적이 있다. 스콧는 “노먼은 골프를 시작한 뒤부터 늘 동경해왔던 선수였다. 그가 우승과 패배의 상황에서 각각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봤다. 변명을 늘어 놓기 보다는 다음 기회에 더 잘하겠다고 마음 먹겠다”고 말했다.

골프 역사상 메이저 대회에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진 사례는 많았다. 1966년 아놀드 파머(미국)는 US오픈에서 후반 15번홀 까지 2위 빌리 캐스퍼에 5타 차로 앞서 있다가 3홀에서 5타를 잃고 연장 승부 끝에 패했다.

1999년 디 오픈에서는 장 방 드 벨드(프랑스)는 마지막 홀을 남겨두고 3타 차 선두였지만 18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폴 로리(스코틀랜드)에게 연장 끝에 패했다. 장 방 드 벨드는 이후 단 한번도 메이저 우승에 근접하지 못했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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