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당뇨와 고혈압의 반갑지 않은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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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류옥현 교수

최근 ‘순환기학저널’에서5만2000명을 대상으로 16년간 식습관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들의 경우 전혀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27%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 등 현대인의 바쁜 생활방식에 맞춘 서구화 추세의 식습관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등 동물성지방을 과도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것은 칼로리는 매우 높지만, 칼슘, 철분, 섬유소와 같은 영양소는 부족해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고칼로리 식사는 비만의 원인이 된다.

보통 현대인들은 밀가루와 고기 위주의 간단한 식습관을 선호하고 식사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이런 식습관은 과도한 칼로리 섭취를 유발하며 비만을 초래한다. 비만이 동반되면 체내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의 품질이 떨어지게 되어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게 되며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췌장은 지쳐서 인슐린생산이 감소하게 되면 혈당이 오르고 당뇨병이 발병하게 된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놀랍게도 한국이OECD 회원국 중 1위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한 해 10 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일반 환자보다도 사망률이 3배나 높다. 이는 80년대 말 보다 두 배 이상, 1971년에 비해 9배나 늘어난 수치다. 많이 먹고 움직임이 덜한 현대인의 생활습관에 비추어봐도 매우 놀라운 수치다.

당뇨병으로 오는 합병증은 눈, 콩팥, 심근경색 등 다양하며 고혈압은 이러한 합병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혈압은 당뇨병환자의 2/3에서 동반되는 흔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다. 당뇨병에 동반된 비만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체내 염분 저류를 초래하고, 혈관의 수축이완기능을 방해하여 고혈압을 초래한다.

고혈압은 온 몸을 타고 흐르는 혈관에 생기는 질환이므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마른 풀에 불이 붙듯이 겉잡을 수 없이 또 다른 다양한 혈관합병증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것이 콩팥질환이다. 고혈압은 콩팥 혈관을 손상시켜 콩팥기능을 빠르게 저하시킨다. 당뇨병 자체만으로도 콩팥 합병증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여기에 고혈압까지 동반한 환자의 경우에는 위험이 훨씬 커지므로 콩팥질환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당뇨병에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에는 고혈압 치료제 중에서도 콩팥 보호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약을 처방한다. 임상결과 로잘탄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 ‘코자’는 혈압을 관리함과 동시에 제2형 당뇨병과 콩팥질환을 가진 고혈압 환자들의 말기 콩팥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필자가 권하는 첫 번째 처방약은 우선 규칙적인 운동이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가 이뤄져야 하며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절제한 식습관을 통해 혈중 콜레스테롤과 체중을 줄여야 한다. 그와 함께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야채를 섭취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한다면 당뇨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동반된 고혈압 관리도 함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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