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외인선수들 '서바이벌 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프로농구 코트에서 외국인 선수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같은 미국 국적인 데다 철저한 동업자 의식으로 '담합을 한다' 는 의혹까지 살 만큼 사이들이 좋았다.

올해는 다르다. 주먹다짐까지 벌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SK의 재키 존스는 LG의 대릴 프루를 때려 퇴장당했다.

SBS - 삼성전에서도 삼성의 아티머스 맥클래리와 SBS의 데니스 에드워즈가 싸우다가 함께 퇴장당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LG의 프루.에릭 이버츠, 삼성의 맥클래리.무스타파 호프는 매경기 신경전을 벌여 코트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감독들은 이들을 달래는 데 애를 먹었다.

외국인 선수들 간 극심한 감정대립은 '생존경쟁' 의 한 표현이다. 올 시즌 중도하차한 외국인 선수가 많았고 끝까지 잔류한 선수들도 구단으로부터 기량을 인정받아야 재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맥클래리를 제외한 3명이 모두 전 소속팀과 재계약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들에겐 살아남기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명하다.

이버츠는 1997년 원년 시즌 나산(현재 골드뱅크), 지난 시즌 골드뱅크에서 뛰었으나 매번 재계약엔 실패했다.

프루도 98~99시즌 SBS에서 뛰었으나 재계약에 실패하고 지난 시즌 중반 SBS의 대체선수로 돌아왔으나 또 퇴출됐다.

올 시즌에도 삼성의 대체선수로 뛰다 LG로 옮겨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시즌 동양에서 뛴 호프도 재계약에 실패하고 올 시즌 삼성에 지명됐다. 퇴출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올 시즌 경기를 마친 후면 언제나 코치들에게 "오늘 내 플레이가 어땠느냐" 고 묻곤 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쟁은 소속팀에 도움이 되기도,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열심히 뛰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흥분해 불필요한 파울을 남발하거나 지나친 개인 플레이로 경기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