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 임근우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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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고 있는 임근우(43)씨 초대전은 타임캡슐을 연상시키는 서양화 25점을 보여준다(4월 6일까지). 전시제목은 'Cosmos-고고학적 기상도 <전곡 604002>'.

작가는 동아시아 고고학 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금도 매월 유적지 발굴 현장을 돌아볼 정도로 유물의 발굴과 보존에 깊은 관심을 지닌 애호가. 1990년 첫 개인전 이래 '고고학적 기상도' 연작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작들은 더 상징적이고 간결한 회화성을 보여준다.

화면에는 고사리·물고기·발굴 구덩이·토기·풍향계·검은 덩어리·모자가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유물 발굴 현장과 거기서 켜켜이 드러나는 시대별 지층 등을 상징하는 형상들" 이라고 말한다. 고사리는 고생대의 대표적 식물이며 물고기는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허리띠의 금장식이다. 모자·사람얼굴·하트모양·토기파편 등이 박물관 전시실처럼 진열돼 있는 그림도 있다.

주제가 가볍지 않지만 감상에 부담은 없다. 적당한(50~90㎝) 크기에 차분한 색상, 간결한 형태 등이 장식적인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관객은 과거 어느 시절에 묻어둔 타임캡슐을 지금 열어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작가는 94년 MBC 미술대전, 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잇따라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번이 14번째 개인전이다.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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