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동광 · 김태한 '챔프 감독 나야'

중앙일보

입력

삼성과 LG의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은 권투로 치면 복서(삼성)와 아웃파이터(LG)의 대결이다.

복서는 훅.어퍼컷(골밑슛)과 스트레이트(외곽슛)를 겸비했으나 파괴력이 떨어지고 아웃파이터는 메가톤급 스트레이트를 구사한다.

7전4선승제인 챔피언전 승부를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두가지. 복서의 종반 KO승, 또는 아웃파이터의 초반 KO승이다. 장기전으로 가면 삼성, 단기전으로 끝나면 LG의 승산이 높다는 얘기다.

▶복서의 종반 KO승〓1981년 '복싱 천재' 슈거레이 레너드와 '저격수' 토머스 헌스의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레너드는 경기 후 실명 위기를 맞을 만큼 많은 잽과 스트레이트를 허용한다.

그러나 레너드는 집요하게 접근전을 펼치며 꾸준한 보디 블로로 헌스의 스피드와 체력을 떨어뜨린 뒤 14회 헌스가 수비 허점을 보이자 연타를 퍼부어 막판 승부를 결정지었다.

복서 삼성은 시리즈 초반 LG의 외곽슛에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준결승서 SK를 꺾은 오름세와 이틀간의 휴식은 닷새나 쉰 삼성보다 슛 성공률이 높을 수 있다.

삼성은 꾸준히 골밑을 공략하며 승부처를 찾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LG는 갈수록 불리하다.

특히 포스트맨들의 피로가 쌓여 외곽 요원들이 골밑 수비를 돕다 외곽에서 삼성에 많은 슛 기회를 내주게 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삼성이 4승2패 정도로 우승한다.

▶아웃파이터의 초반 KO승〓84년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과 헌스의 주니어 미들급 타이틀전. 두란은 레너드처럼 싸우고 싶었으나 2회 초반 헌스의 잇따른 스트레이트에 무참히 침몰한다.

수비와 체력을 앞세워 장기 승부를 노리는 삼성의 전략은 LG의 초반 공습으로 단숨에 교란될 수 있다.

첫 경기를 내주면 삼성도 만회를 위해 무리하지 않을 수 없다. 안면을 비우고 성급히 대들던 두란이 카운터 펀치에 캔버스에 나뒹굴었듯 삼성도 공격을 서두르다 조성원.조우현의 3점포를 앞세운 LG의 반격에 말릴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LG가 4승1패 정도로 우승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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