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폐지 ‘국지전’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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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재벌세’ 등 굵직한 세제 논쟁과 함께 정부가 단단히 각오하고 있는 ‘세금 국지전’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의 폐지다. 이미 납세자가 누리고 있는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국회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곳간지기 입장에선 이런 제도가 많으면 재정이 밑 빠진 독이 된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비과세·감면 항목 201개 중 올해 말 일몰이 되는 제도가 103개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금액으로는 8조원(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이른다.

 폐지가 검토되는 대표적 제도는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7년 이상 부으면 이자소득 비과세)다. 경차와 소형 화물차에 대한 유류세 환급도 일몰 대상이다. 올해 일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역시 정부가 지속적으로 폐지·축소를 검토해 온 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법으로 정해진 비과세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은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올 한 해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로 빠져나가는 돈은 31조9871억원이다. 국방예산(33조원)과 맞먹는다. 특정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영구화되면서 금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매년 일몰 기한이 된 감면 제도의 80~92%(금액 기준)가 연장되는 게 보통이다. 이번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 스스로 쉽게 없애기 어려운 것이 적지 않다. 고용 유지 중소기업에 대한 특례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등이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하면 서민 관련 특례도 손대기 쉽지 않다.

 국회의 압박은 이미 시작됐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조세특례제한법 관련 개정안 제출은 23건에 이른다.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 적용기한을 1년 더 연장하는 안은 이미 지난달 국회에 올라왔다. ‘장마저축’ 비과세는 2009년 폐지를 추진했으나 이미 3년 연장된 전력이 있다. 서민 재산 형성을 돕는 대표적 상품이란 이유에서다. 이명수(충남 아산) 선진통일당 의원은 농어업용 면세유의 일몰 제도를 없애 아예 영구화하자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비과세·감면 제도의 폐지·축소율은 2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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