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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납품 리베이트 한 해 최고 5억6000만원 의사끼리 분배 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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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의료기기 유통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의약품 외에 의료기기 납품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관행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형사2부장)은 인공관절, 심혈관용 스텐트 등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의료기기법 및 의료법 위반)로 ‘케어캠프’의 이모(60) 대표, ‘이지메디컴’ 진모(41) 영업본부장 등 구매대행업체 임원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들 법인 두 곳을 재판에 넘겼다고 15일 밝혔다.

합동수사반은 또 구매대행업체 측에서 돈을 받은 경희의료원 최모(55) 행정지원실장 등 대형병원 관계자 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케어캠프 이 대표는 이사 김모(53)씨와 함께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경희의료원 등 6개 병원에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약 17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지메디컴 진 본부장은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건국대병원 등 3개 병원에 2억470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넨 혐의다.

 이번에 적발된 9개 병원은 경희대병원(5억6000만원) 외에 한림대성심병원(3억7000만원), 삼성창원병원(3억5000만원), 강북삼성병원(2억2000만원), 강동경희대병원(1억원), 건국대병원(1억원), 영남의료원(1억원), 제일병원(8400만원), 동국대병원(4700만원)이다.

 검찰 조사 결과 구매대행업체들은 보건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정보이용료’라는 명목으로 병원에 리베이트를 건넸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정보이용료는 병원이 구매대행을 시키면서 당연히 알려줘야 할 발주 정보와 가격 정보 등 구매조건에 불과한 것이었다.

 구매대행업체들은 의료기기 납품가격을 보험 상한가까지 부풀려 책정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후 지급받은 보험급여와 실제 납품가격의 차액을 병원 측에 지급했다.

 이에 대해 케어캠프 측은 “병원들과 협의해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는 중인데 이 과정에서 일부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재판을 받으면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지난해 10월 한 대학병원 내 의사들이 리베이트 분배를 두고 벌인 폭행사건이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행업체들이 허위로 작성한 의료기기 납품 내역서를 발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 시점을 의료계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2010년 11월부터 1년 정도로 한정했음에도 약 20억원에 달하는 의료기기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볼 때 불법 관행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의료기기 유통시장 규모는 연 6조원에 달한다.

문병주 기자

◆리베이트(rebate)=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의 상품을 판매한 사람이 상품 대금으로 지불된 액수의 일정액을 구매자에게 사례금이나 보상금의 형식으로 되돌려 주는 일. 또는 그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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