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률 3년 만에 7%대 … 차이나 리스크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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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미국 경제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버핏은 “미국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고 있는 선밸리콘퍼런스에 참가하고 있는 버핏(오른쪽)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밸리=블룸버그]

한국의 핵심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7%대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경제가 올 2분기에 7.6%(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기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이후 3년여 만이다.

 올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8.1%보다 0.5%포인트 낮다. 이처럼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낮아지는 현상은 지난해 1분기 이후 18개월 동안 이어졌다. 이 바람에 중국 정부가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이른바 ‘바오바(保八·GDP 성장률 8% 유지)’에 실패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인 7.5%보다는 높다. 그 덕분에 13일 동아시아 주가가 크게 출렁이지는 않았다. 한국 코스피는 1.54%(27.50포인트) 오른 1812.89포인트로 이날 거래를 마쳤다. 중국과 일본 주가는 각각 0.11%, 0.05% 올랐다.

 중국의 올 2분기 성장률은 판도라 상자였다. 세계 시장 참여자가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하루 전인 12일 한국을 비롯한 미국·유럽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지레 먹은 겁은 아니었다. 지난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 금리를 전격 내렸다. 기준 금리를 손본 지 한 달도 안 돼서였다. 그때 월가 전문가는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빠 중국 정부가 선제 조치를 한 듯하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7.6%는 얼핏 기묘하게 보일 수 있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성장률이 경기 둔화를 보여주면서도 공식 성장 목표치는 살짝 웃돌아서다. 중국 정부가 절묘하게 ‘마사지’한 수치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유럽이 중국 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이 재정 위기와 긴축으로 침체에 빠져 중국 수출이 시원찮았다”고 전했다. 실제 올 상반기 중국 수출은 9% 남짓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24%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출 증가세 둔화와 부동산 시장 위축이 맞물리는 바람에 중국 정부가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보고 있는 중국인의 씀씀이(내수)도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 둔화는 미스매칭(mismatchig)형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의 성장엔진 교체 타이밍이 맞지 않는 사이 발생한 둔화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요즘 내수를 새 성장 엔진으로 키우고 있다. 아직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반면 기존 엔진인 수출은 최대 시장인 미국·유럽의 수요가 줄어 시원찮다. 베이징대 마이클 페티스(금융) 교수는 “그 미스매칭은 수출 주도형 경제의 말기에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수출 기업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도 0.4%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던 워런 버핏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버핏은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가 둔화했다”며 “지금은 다소 저조(flat)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경제의 다른 온도계인 싱가포르 경제는 올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전 분기보다 -1.1%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뜻밖의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전문가는 싱가포르 경제가 적어도 0.6%는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한편 세계 최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A3(A-)에서 Baa2(BBB)로 2단계 낮췄다. 이탈리아는 두 단계만 더 떨어지면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수준이 된다. 무디스는 “그리스와 스페인의 재정난이 전염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외국 투자자가 이탈리아 국채를 사기 꺼린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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