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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마을 까막눈 할머니들, 다율이 덕에 신입생 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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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섬마을 스캔들
김연진 글, 양정아 그림
살림어린이
192쪽, 9500원

“할머니는 어떻게 보지도 않고 난 줄 알아? 손님일 수도 있쟎아.”

 “내 손녀 딸인디 발소리만 들어도 알쟈.”

 할머니의 이 말에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 다율의 마음은 스르르 녹아내렸다. 사실 할머니는 새엄마의 엄마다. 일에 치여 다율을 돌볼 수 없었던 아빠와 새엄마는 다율을 ‘새외할머니’가 사는 섬 ‘온도(溫島)’로 보낸다. 그렇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다율은 언제나 엄마의 사랑에 목말랐던 아이다.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일하던 아빠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다율을 보육원에 맡겼다. 재혼한 새엄마도 다율에게는 냉랭했다. 겉돌던 다율에게 할머니의 따뜻하고 포근한 품은 늘 그립고 간절했던 것이었다. 그리곤 마치 온도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듯, 다율은 언제나 꽁꽁 사뒀던 짐가방을 마침내 할머니 집에다 푼다.

 두 사람의 동거는 행복하다. 다율은 몸이 아픈 할머니를 위해 어설픈 솜씨로 죽을 끓이고, 까막눈인 할머니에게 한글도 가르쳐준다. 덕분에 할머니는 ‘한글 읽을 줄 아는 할머니’가 되고 공부의 즐거움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을 질투하듯, 섬마을을 뒤흔들 만한 불길한 소식이 날아든다. 다율이 다니는 온도 분교가 폐교 위기에 놓인 것이다. 전교생 3명인 이 학교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대상이다. 학교가 없어지면 섬을 떠나야 하고, 할머니와도 헤어져야 하는 다율은 분연히 행동에 나선다.

 다율은 ‘눈 뜬’ 할머니를 부러워하는 동네 할머니들에게 학교에 입학해 글을 배우라고 꼬드기고, 친구인 기철과 병우와 함께 할머니 몰래 배를 타고 뭍에 있는 교육청으로 쳐들어간다. 이 ‘용감한 녀석들’의 대열에 온도의 할머니들까지 가세하며 결국 폐교 계획은 무산된다. 할머니들은 다율의 후배, 온도 분교 신입생이 된다.

 이야기의 온도는 할머니와 손녀가 나누는 체온처럼 따뜻하다. 서로 보듬고 아끼는 할머니, 낯선 환경에 처한 다율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친구와 이웃의 모습에는 마음이 훈훈해진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누구와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다율이 이야기,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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