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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특화거리를 가다 ⑤ 공구상가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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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다가동 일대에 조성된 공구상가거리에는 200여 개의 공구관련 상가들이 밀집돼 있다. 사진은 길공구상가의 내부 모습.

천안시에 조성된 특화거리가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천안에는 가구웨딩거리·쌍용패션거리(로데오거리)·휴대폰거리·공구상가거리·병천순대거리 등 5개의 특화거리가 있다.

동종 업종이 경쟁하는 구조지만 소비자에게 한 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천안시도 특화거리에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화거리 탐방 시리즈는 마지막으로 다가동 공구상가거리를 소개한다.

천안시는 지난 2008년 봉명역에서부터 일봉동주민센터 부근의 거리를 특화거리로 지정했다. 천안시 유입 인구가 점점 늘면서 산업용재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20여 년 전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다가동의 공구상들은 현재 200여 업체로 늘어났다.

그러나 대기업의 대규모 유통과 온라인 판매로 매출 피해가 만만치 않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산업용재 시장도 SSM 문제처럼 대기업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사업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구상가들은 모두 비슷한 점포처럼 보이지만 업체마다 전문 품목이 있어 취급하는 공구가 각각 다르다. 오로지 볼트, 너트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점이 있는가 하면, 접착제만 판매하는 상점, 공구 임대만 전문으로 하는 상점도 있다. 대부분 일반 소매보다 산업용으로 대량 납품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가동에서 20년 동안 승남공구를 운영해 온 박정식(51) 대표는 “특화거리 지정 이후 매출도 늘었지만 공구상가가 더 밀집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승남공구의 주력 품목은 전동공구류다. 전동공구생산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어 본사에서 직접 물건을 공급한다. 전동드릴·전동그라인더·직소기·컴프레셔·충전드릴·충전커셔기 등 손으로 할 수 없는 작업에 사용되는 공구류는 모두 취급한다.

길공구상사는 절삭공구 전문점이다. 작은 부속품을 포함해 정밀한 가정용 공구세트까지 2만여 종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 작년까지 공구상가거리 상인회를 이끌었던 이 상점 임을수(53) 대표는 “고정 업체 납품처럼 도매 거래가 많아 다른 곳보다 형편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공구거리의 상인들은 유대감이 좋은 편이지만 영세하다 보니 상인회에 가입하는 업소가 많이 줄었다.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건설공구는 건설공구 임대, 수리 판매 전문 점이다. 판매와 임대가 반반으로 이뤄지다 요즘은 도로컷팅기·진동 로라·발전기 같은 제품의 임대 수요가 많아졌다. 성영식(55) 대표는 “10년째 이 자리에서 영업 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나마 괜찮았는데 올해 유난히 더 힘들다”며 “특화거리라는 추상적인 이름 외에 시차원에서 홍보를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흥종합상사는 아파트 비상발전기·수리·보수유지 업체다.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민병서(51) 대표는 발전기 제조업체에 다니다가 특화거리 지정된 이후 봉명역 근처에 가게를 얻어 영업을 시작했다. 제조업체 납품으로 매출은 꾸준한 편이라는 민 대표는 “공구상가거리는 오전과 일몰시간이 가장 바쁘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움직이는 시간인 오전 6시에 문을 연다. 임대한 공구를 반납하는 저녁시간이 가장 바쁜데 주차가 늘 문제다”라고 말했다.

공구상가특화거리는 2009년 2억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가로등 정비사업을 마쳤다. 덕분에 거리가 밝아져 홍보효과는 있었으나 경기침체의 그늘은 여전히 벗어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공구상가 상인들은 조직을 활성화하고 역량을 키운다면 대형마트와 맞설 수 있고 그만큼 소상공인 사업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홍정선 객원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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