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따라하기 … 자동차 딜러 없앤 ‘테슬라의 영업 실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지난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먼트에 있는 테슬라자동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첫 출고되는 전기차 세단 ‘모델 S’를 환영하고 있다. [프리먼트=AP]
머스크

한 번 충전해 400㎞ 이상 주행, 최고 속도는 시속 200㎞, 출발해 6초면 시속 100㎞ 도달.

 이런 전기차가 최근 나왔다. 자동차 메이저가 아니라 정보기술(IT) 벤처들이 즐비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다.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본사를 둔 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주인공이다. 2008년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내놓으며 자동차 시장에 데뷔하더니 그 뒤 4년간의 시장 탐색전을 끝내고 지난달 말 4도어 세단 ‘모델 S’를 출시했다.

 일반 휘발유차에 근접한 성능을 갖춘 모델S는 2009년 3월 디자인을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1만 대 예약 주문을 받았다. 테슬라는 올해 5300대를 만들고, 내년에 2만 대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모델S보다 ‘테슬라’라는 회사에 더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답지 않게 애플을 닮은 사업 방식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를 연구하는 대신 애플을 벤치마킹했다. 자동차를 전자제품처럼 개발하고 팔아보려는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인 딜러(판매대리인)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애플이 아이폰이나 맥북을 직영 매장인 애플스토어에서만 팔 듯 테슬라 직영 매장에서만 차를 팔고 있다. 테슬라 매장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미국 뉴욕,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등 세계 선진 도시 위주로 열었다. 애플스토어 설계를 담당했던 조지 블랭켄십 부사장을 판매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블랭켄십 부사장은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매장 한 곳당 1주일 방문객이 평균 4000명”이라며 “이 정도 손님을 끄는 자동차 매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제품으로 얼리어답터를 집중 공략한 뒤 양산형 제품을 개발해 저변을 확대하는 전자업계의 ‘분수대 효과’도 이용하고 있다. 얼리어답터들은 신기능·고성능 제품을 다소 비싼 가격에도 산다는 점에 착안해 4년 전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1억2000만원대에 내놓았다. 여기에서 번 돈과 고급 이미지를 활용해 대중들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의 양산형 모델S를 이번에 선보였다. 모델S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확 떨어뜨린 것이다.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기본 모델은 4만9900달러(약 5700만원)에 살 수 있다.

 테슬라를 창업한 엘론 머스크(41) 최고경영자(CEO)는 애초 정보기술(IT) 벤처 기업가였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복수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입학했으나 창업에 뜻을 품고 이틀 만에 자퇴했다. 스물넷에 차린 소프트웨어 회사를 4년 뒤 컴팩에 3억4100만 달러(약 3925억원)에 팔아 첫 성공을 거뒀다. 두 번째 회사는 공동창업한 인터넷 결제업체 페이팔. 3년 만에 페이팔을 e베이에 매각하면서 더 큰돈을 벌었고, 재산을 우주선 개발회사 스페이스X와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쏟아부었다.

 머스크는 2003년 테슬라를 창업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통 자동차업체의 중심지 디트로이트가 아닌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애플을 벤치마킹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모델S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테슬라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터리 가격이 비싸고, 빨리 닳을 수 있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 2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아직 수익은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내년 2분기 첫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슬라는 2014년 크로스오버차량 ‘모델 X’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