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방송, 정주영회장 자세히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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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평양방송은 26일 고(故)정주영(鄭周永)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건설업과 자동차기업을 한 남한의 대재벌로서 '현대사의 거목' 으로 불렸다" 고 소개했다.

또 鄭전명예회장이 "김정일(金正日)노동당 총비서의 인덕ㆍ광폭정치의 넓은 품에 안겨 조국통일의 의로운 길을 걸었던 인물" 이라고 평가했다.

'조국통일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품에 안으시고' 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평양방송은 鄭전명예회장이 생전에 金총비서를 만나 나눈 대화 등을 상세히 전했다.

1998년 10월 방북한 鄭전명예회장이 '기어이 만나려 한다' 는 보고를 받은 金총비서는 "고령인 분이 나를 찾아오게 해서야 되겠는가. 내가 가서 만나야겠다" 면서 지방 현지지도를 중단하고 즉시 평양의 鄭전명예회장 숙소를 찾았다는 것.

金총비서는 鄭전명예회장에게 건강상태, 특히 다리가 왜 불편한지, 체류기간에 불편했던 점이 없는지 일일이 물어본 뒤 "정주영 선생이 한번 하자고 마음 먹으면 끝까지 내미는 성미를 가지고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소개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金총비서는 또 그에게 "우리 민족이 잘 되고 잘 살게 하자는 사람들과 그 누구와도 언제나 손잡고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金총비서는 이어 "고향을 북에 둔 사람으로서 평양에 자주 오기를 바란다" 면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에는 연세가 많은 鄭전명예회장이 가운데 서도록 거듭 자리를 양보했다고 이 방송은 밝혔다.

그러면서 鄭전명예회장이 "미국 지배층의 면담요청을 거부한 것도, 남조선에서 왕회장으로 떠받들리운 것도 위인을 따르며 한번 먹은 마음을 변치 않는 그의 기질에서 나온 것" 이라고 이 방송은 주장했다.

鄭전명예회장은 이후에도 자주 평양을 방문해 " '평양 냉면이 생각나서 또 왔다' 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협력문제에 대한 상론도 하며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의 길을 넓혀 나갔다" 고 방송은 전했다.

평양방송은 "金총비서가 있기에 이렇듯 대재벌도, 애국애족의 진로에 서슴없이 들어서서 마음 든든히 자주 통일을 위한 북남 화합의 한길을 걸을 수 있었으며, 그 길에서 생은 비록 끝났어도 지워지지 않을 뚜렷한 자국을 남겼다" 고 평가했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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