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닿는 곳에 두고싶은 책 '두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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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어당(林語堂)의 〈생활의 발견〉을 다시 들춰보자. 책의 안표지에 공자의 말씀과 나란히 동격으로 이런 구절이 숨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바쁘게 서두르는 일을 한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바로 그들 못난이들이 한가하게 받아들이는 일을 바삐 서두를 수 있다.

" 다름 아닌 중국 청나라 초기 장조(張潮)의 말이다. 이 장조의 어록집 〈내가 사랑한 삶〉이 조선조 전후 옛 선비들의 매화사랑을 담은 향기높은 책 〈내 가슴에 매화 한그루 심어놓고〉와 나란히 선보였다.

장조의 책은 이민족이 중원을 지배하던 시기 숨어 사는 삐딱이의 풍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담겨 있고, 근대들어 임어당이 읽고 뻑 가는 바람에 1930년대 이후 '장조 붐' 을 일으키게 만든 문제의 텍스트다. 반면〈내 가슴에 매화 한그루 심어놓고〉는 국내 사대부들의 정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산업화가 극성을 부리는 지금 두 권의 책을 만지다보면 편차보다는 동질감이 더 커 보인다. 우선 〈내가 사랑한 삶〉. 원제가 '숨어 사는 이의 꿈 그림자' 쯤으로 풀 수 있는 〈유몽영(幽夢影)〉인 이 책은 잠언 형태의 짧은 글로 구성돼 있다.

"중국사에 잠언집이 많지만, 장조의 것에 견줄 것은 없다" 는 임어당의 단언대로 대자연과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예찬이 간결하고 품격 높다.

〈내 가슴에 매화 한그루 심어놓고〉는 재야학자 손중섭(83)옹이 엮었다. 선비의 상징이자 봄의 전령으로 형상화해온 선인들의 매화 사랑이 1백40편의 한시와 7편의 산문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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