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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혁명' KTX 1년] <중> 산업지도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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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구에서 개인택시 영업을 하는 박태문(53)씨는 요즘 손님이 없으면 고속철도(KTX)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는 동대구역으로 달려간다. 박씨는 "승객이 고속철도 개통 이전보다 20%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공항 쪽의 택시영업 사정은 정반대다.

개인택시기사 진원오(66)씨는 "공항으로 가는 손님 수가 줄어 요즘은 택시기사들이 그쪽에 가기를 꺼린다"고 전했다. KTX가 만들어낸 대구지역 택시영업의 변화다. KTX 운행 이후 서울~대구 간 항공편이 무려 75%나 줄고 철도이용객은 늘면서 연계 교통수단의 이용행태도 뒤따라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시속 300㎞의 장거리 고속교통수단은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야간 운행 중인 고속철도 기관실에서 본 궤도의 불빛. 신인섭 기자

KTX 등장으로 인한 업종변화는 운수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자체마다 KTX의 장점을 지역경제로 연결하기 위해 역세권을 개발하고,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내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개발 정보를 등에 업고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환호하는 관광산업=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KTX를 연계한 관광상품이 전국에서 80개나 생겼다. 이 가운데 7개는 외국 여행사의 상품이다. 일본철도(JR) 규슈는 지난해 6월 부산지점을 개설하고 신칸센-카페리-KTX를 잇는 관광사업을 시작했다.

부산시도 올해 21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키로 하고 'KTX+시티투어+해상유람선' 'KTX+후쿠오카 또는 상하이 크루즈'관광상품을 내놨다. 대구 지역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시내 호텔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은 11만31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보다 34%가량 늘어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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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판 경제특구가 뜬다=서울~부산, 서울~목포 노선의 중간지점인 천안은 행정수도 이전 등 각종 호재와 맞물려 기업의 투자대상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KTX 효과를 기업지원 시스템과 연결시켜 천안을 한국의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내놨다.

국내외 전기.전자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가 합작해 조성한 S-LCD단지 1만9800여 평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까지 무려 20조원을 들여 천안 탕정지구에 LCD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연구도시인 대전은 지정학적 위치상 KTX의 중심에 있는 점을 활용해 의료산업도시로 성장하려는 장기계획을 짜고 있다. 유명 병.의원을 유치해 전국 어디에서든 환자가 KTX로 대전의 병.의원을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목포시는 호남선 고속화에 대비해 남도관광 거점도시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통체계에 지각변동=KTX 개통에 힘입어 지난 1년간 열차승객(6919만여 명)은 전년보다 35% 늘었다. 반면 다른 교통수단들은 승객수가 감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김포~대구 노선의 탑승률이 KTX 개통 전인 지난해 3월 71%였으나 지난달엔 40%로 뚝 떨어졌다.

아시아나는 예전과 비슷한 49% 선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하루 14편을 운항하던 두 항공사는 항공편을 3편으로 줄였다. 고속버스도 서울~대구 구간의 경우 하루 이용자가 KTX 개통 이전에 비해 23.9% 줄었다.

◆특별취재팀=김기찬.강갑생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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