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놀이로 만드는 체험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김준수·현수군과 최보화(왼쪽부터)씨가 자신들이 방학 때마다 만들어 온 체험보고서를 보여주며 자랑하고 있다.

교과 과정이 개편되면서 체험활동이 중요해졌다. 여러 장소를 둘러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교육적 효과가 미미하다. 최보화(38·여·경기도 김포시)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부터 방학마다 체험보고서를 작성해왔다. 그는 사교육 없이 큰아들 김현수(김포 양도초 6)군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로 체험보고서 작성을 꼽았다.

 최씨가 아이들에게 체험보고서 작성을 권한 이유는 가족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작성 방법이 문제였다. 체험보고서 작성을 과제가 아닌 놀이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체험보고서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이 팝업북(펼치면 그림이 입체적으로 나타나는 그림책)과 화려한 색상에 흥미를 갖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북아트 관련 도서를 구입해 참고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팝업북 형태의 체험보고서다. 은박지와 색상지로 제목과 표지 장식을 한 후 앞표지를 열면 관련 체험 내용이 펼쳐지도록 배치했다. 시각적 요소를 강조하는 대신 글씨 쓰는 칸을 줄였다. 핵심 내용만 간단히 작성하도록 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대신 아이에게 체험과 관련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배치하도록 해 재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최씨는 체험활동 중 촬영한 사진을 A4용지에 가능한 많이 인쇄했다. 아이가 체험 내용을 상징적으로 함축하는 사진을 고민하다 보면 덤으로 사고력도 키울 수 있다. 남는 사진은 학교 과제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꽃이 주제라면 꽃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붙이는 식이다.

 최씨는 체험 장소를 선정할 때 자녀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이라 이런 과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씨와 자녀는 체험활동을 다녀와 곧바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대신 체험장소와 활동에 관한 도서를 구입했다. 읽다 보면 체험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 보고서 작성까지 자연스레 연결할 수 있다. 예컨대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면 6·25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학습만화를 구입해 ‘이 비행기 전쟁기념관에서 봤어’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낸다. “체험활동 후 조각같이 흩어져 있는 잔상을 자극시켜 오랫동안 기억하게 도와주고 체험보고서 작성에 흥미를 더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법은 기억뿐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 축적에도 도움이 된다. 김군은 “백제문화단지를 다녀온 후 백제시대를 다룬 학습만화로 체험활동을 정리했더니 역사 공부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체험활동을 갈 때마다 보고서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일기를 활용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에 대해 그림을 그려 넣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보고서를 작성해도 기억과 감정을 되살릴 수 있다. 최씨는 “많은 부모가 보고서 작성은 아이들 몫이라고 생각해 도와주지 않는다”며 “체험보고서 작성은 부모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험보고서 작성법을 다룬 도서를 참고하거나 경험자들의 조언을 토대로 자녀의 성향에 맞춰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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