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구하기’ 법 제안한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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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 등 10명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적용된 ‘후보자 사후매수죄’의 적용을 어렵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일종의 ‘곽노현 구하기’ 법안을 만들자는 얘기다.

 최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선거법의 후보자 매수 관련 조항에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상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공직선거법 232조는 후보자들끼리 사전에 돈을 주고받기로 합의하지 않았어도 후보자 사퇴 이후 돈이 오가고 그 대가성이 인정되면 후보자 매수 행위로 본다.

 그러나 최 의원의 주장대로 이 조항에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라는 구문이 추가 되면 선거 이후에 돈을 주고받은 행위에 대한 처벌이 어렵게 된다. 사퇴한 후보에게 사후에 돈을 주고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사후매수죄에 의한 처벌이 “정치적 자유와 개방성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다양한 정치적 협력관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비용을 인수해 정치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면서다. 그러면서 “곽 교육감은 선거가 끝난 지 한참 뒤 후보 단일화의 상대방이 경제적 곤궁에 처하고 사회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정치적 도의 혹은 책임감에서 제공한 경제적 부조였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 개정안을 법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소급 적용되도록 해 사실상 곽 교육감을 위한 법안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에 대해선 이르면 이달 말 대법원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데다 여당이 찬성할 가능성이 낮아 곽 교육감 사건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민주통합당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의원은 “특정인 한 명을 위해 법안을 개정하자는 게 국민 정서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진보성향의 변호사 출신 재선 의원으로 그간 한·미 FTA 반대 운동 등에 앞장서왔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 정태원 변호사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넣는다는 것은 ‘목적법’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특정한 목적이 없으면 처벌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 선거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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