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도 인정한 형사 연기, 난 ‘파닥이’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데뷔 15년차 남성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연기자인 김동완은 “부성애를 표현할 수 있는 미혼부 연기를 꼭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장수 남성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33)이 재난영화 ‘연가시’(박정우 감독·5일 개봉)에 캐스팅됐을 때 주연배우 김명민(40)은 고개를 갸웃했다. 가수 출신 연기자가 주요배역을 맡은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김동완이 촬영 첫날부터 ‘파닥이’란 별명답게 바지런하게 뛰어다니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걸 보고 ‘연기 본좌’라 불리는 김명민도 고개를 끄덕거렸다고 한다.

 영화에서 김동완은 잘못된 주식투자 권유로 교수였던 형 재혁(김명민)의 재산을 탕진하게 한 죄책감 속에 살아가는 형사 재필 역을 맡았다. 변종 연가시(곤충의 뇌를 조종해 물가로 유인, 자살하게 만드는 기생충)가 인간의 몸에 침투하면서 수천 명이 사망하는 재난이 발생하자 제약회사 영업맨이 된 형과 함께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

 김동완은 요즘 JTBC 예능프로그램 ‘신화방송’(매주 토요일 밤 10시55분)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신화 멤버 6명이 각각의 캐릭터를 살린 임기응변과 게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예능과 차별화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3일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충무로 데뷔작 ‘돌려차기(2004)’는 흥행에 실패했다. 두 번째 영화인데….

 “‘돌려차기’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혼자 몸 만들고 대본만 봤다. 영화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이번 영화에선 감독, 배우들과 어울리며 많이 배웠다.”

 - 그런 만큼 부담도 컸겠다.

 “오죽하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겠나. 이번에도 안 되면 김동완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을까 봐 정말 열심히 했다.”

 -‘망가진’ 형사 역은 어떻게 준비했나.

 “연극영화과 출신 형사와 함께 사건 현장을 다녔다. 패션감각 있고 쾌활한 그를 보니 굳이 형사 티를 낼 필요 없겠구나 느꼈다. 그리고 나처럼 체구가 작은 알 파치노의 형사 연기를 보며 공부했다.”

-아쉬웠던 장면은 없나.

 “화재 장면에서 김명민 선배는 많이 준비해왔는데 나는 멍하니 있다가 엉겁결에 찍었다. 녹음도 나중에 다시 했다. 더 철저히 준비했어야 했다.”

 -‘신화방송’에서 완전히 망가졌다.

 “우리끼리 놀고 있으면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도 까먹는다. 나중에 촬영 장면을 보고 후회할 정도다. MT편(6월 30일 방송)에서는 돌아가며 방귀 끼는 장면도 나갔다.”

 -‘무한도전’과 차별화된 점이라면.

 “진행도 없고, 리더도 없지만 저절로 굴러가는 ‘방목형’ 예능이다. 다른 연예인들과 섞이는 게 싫어 JTBC ‘신화방송’을 택했고, 하다 보니 각자 캐릭터가 잡혔다. 민우는 바보 컨셉트고, 에릭은 4차원이다. 나는 허당이고.”

 - ‘아이돌의 조상’으로 불린다.

 “우리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2집 내면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H.O.T.’의 2진 취급도 받아봤고, 정상에도 서봤다. ‘정상이 아니면 어때. 우리끼리 즐겁게 살자’는 생각으로 활동한 게 장수의 원동력인 것 같다. 혼자 있을 땐 안 나오는 기량이 함께 무대에 서면 발휘된다. 그게 ‘신화방송’에서도 나온다. 누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힘들 때 다른 멤버들이 앞다퉈 빈 공간을 메워준다. 서로 의지하는 노부부 같다.”(웃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