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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곁들여 설명한 '야생화 잘 키우기'

중앙일보

입력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에는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고 삽상한 내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산과 들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돌보는 사람 없이도 봄맞이 단장을 마치고 무성하게 피어나겠지요. 바야흐로 아파트 생활에 찌든 도시인들이 자꾸만 나들이에 나서고 싶어하는 때입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들꽃을 오래도록 잘 기르는 법을 사진을 곁들여 친절하게 안내한 '온 가족이 함께 기르는 우리 들꽃'(김필봉 글 사진, 컬처라인 펴냄)은 이 즈음, 봄바람 맞는 도시 사람들에게 반가운 책입니다.

이 책의 글을 쓰고 사진도 찍은 김필봉 님은 서울 목동의 백화점에서 야생화 전문점을 운영하는 야생화 전문가입니다. 그가 처음에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 산악반에서 산악 훈련하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몸이 힘들어 공연히 이름 모를 꽃들에게 화풀이를 할 때마다 꿈에 나타나던 야생화들이 실은 암벽을 오르는 데에 힘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머리글에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야생화는 곧 자연이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야생화를 잘 키우려고 애쓰는 일은 곧 우리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야생화를 기르는 부모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딘가 다르다.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지 않은 집 아이들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풀 한 포기도 쉽게 지나치지 않고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부모를 떠올린다는 것이다"(이 책 36쪽에서)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꽃을 피우는 야생화를 종류별로 사진과 함께 설명하는 '식물도감' 형식을 취한 이 책은 그러나 식물도감과는 다릅니다. 이 책의 목적은 식물의 종류를 다양하게 늘어놓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화를 기르기 위한 기초 상식에서부터 야생화 고르는 법, 집의 조건, 마음가짐 등을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즉 이 책의 부제처럼 '야생화 오래오래 잘 기르는 법'이 이 책의 주제인 거죠.

야생화 생태 공원을 꿈꾸는 지은이는 야생화와 관계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야생화 키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놓습니다. 꽃이 지고 난 뒤, 아무렇게나 버렸던 야생화가 얼마 뒤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피어난 일. 이름도 모르면서 정성을 다해 꽃을 피우는 아파트 아주머니 이야기 등, 모두가 야생화를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야생화를 기르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물에서부터 적당한 화분, 야생화가 좋아하는 흙이나 거름, 약제의 종류 등을 지은이는 사진과 함께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보자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화분에 심는 법, 물 관리, 분갈이 하는 법 등을 각각 사진으로 설명하고 있어, 야생화를 처음 기르는 사람도 손쉽게 야생화를 키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굳이 야생화를 집에서 기를 생각이 아니라 해도 우리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야생화의 종류를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보는 소득은 될 것입니다. 책을 훑어 본 뒤, 야생화 전문점에 나가 야생화 하나 구해 직접 키워보는 것도 이 봄에 결코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것이고요.

고규홍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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