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날리던 웨이터 벤처 CEO로 대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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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아이닷컴(http://www.noneni.com)의 구성완 사장(28)은 고교시절 이름난 ‘망나니’였다. 양손에는 깁스가 풀릴 날이 없었다. 주먹자랑이라면 전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다.

수능시험을 10여일 앞둔 고3 시절, 대낮부터 합격주를 마시고 한 판 패싸움을 벌였다. 결국 유치장에 보름간 갇혀 있었고 수능시험조차 치르지 못했다. 이것이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서막이다.

구사장은 고교 졸업 후 시장, 막노동판을 돌며 허드렛일도 하고 나이트클럽 DJ도 했다. 184cm의 훤칠한 키와 영화배우 뺨치는 깔끔한 외모로 모델 일도 했다.

‘공부는 못한 것이 아니고 안했던 것’이라는 그는 공부 한 번 해보자 마음먹고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무역학을 전공하며 2년 내내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졸업 후 그는 또 한 번 변신한다. 아르바이트 삼아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취직한 것. 나이트클럽이야 고등학교 시절부터 뻔질나게 드나들던 그의 주요 활동 무대. 하지만 웨이터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첫 날은 창피해서 명함도 제대로 못돌렸어요. 남들 하는 것 세심하게 관찰도 하고 남들 보다 3시간 먼저 나와 영업을 했습니다.”

명함을 돌릴 땐 꼭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런 스킨십을 유도하기도 했다. 안부전화는 기본이고 주말이면 고객 결혼식에도 찾아갔다. 고객 DB를 활용, 인터넷으로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의 닉네임인 ‘바보’를 찾는 고객이 줄을 이었다. 내로라하는 경력의 웨이터 50여명이 함께 일하는 업소에서 입문 1주일만에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수백만원의 계약금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그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한창 때 그는 월 2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2년 남짓 동안 그는 최고의 웨이터였다.

“나는 과연 행복한가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돈을 얼마나 버느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다시 4년제 대학 정보통신학과에 편입했다. ‘어설프게 놀 바에는 안 놀고 만다’는 자신의 신조처럼 컴퓨터를 붙잡고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4학년인 올해 초 벤처기업을 직접 창업하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노는아이’는 나이트클럽과 클럽 마니아를 겨냥한 정보제공, 커뮤니티 사이트다. ‘킹카구별법’이나 ‘뻐꾸기 날리기’ 등 ‘선수’들만의 노하우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는 나이트클럽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비지니스적인 의미를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프로모션, 인쇄, 디자인 등 나이트클럽을 대상으로 영업이 필요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 마케팅과 웨이터를 대상으로 월회비를 받는 홍보대행 서비스를 수익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명품판매와 중고 명품 경매 등 전자상거래도 실시할 예정이다.

곧 시작되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는, 휴대폰으로 나이트클럽의 홍보 쿠폰이나 실시간 예약, 웨이터들의 업소정보 등을 웹 사이트와 연계, 유무선 연동으로 제공하게 된다.

구사장은 IT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사회 밑바닥에서 체험한 뛰어난 경제 감각을 갖췄다. 또 그의 이름 석자만 듣고 나이트클럽 사장과 그를 가르쳤던 교수까지 주주로 나설 정도로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이라는 드라마틱한 인생 때문에 오히려 그의 탁월한 사업감각이 가려지는 느낌이다.

“다른 건 몰라도 노는데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버는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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