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양키스·탬파베이 '희비 쌍곡선'

중앙일보

입력

'희비 쌍곡선의 교차'

10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탬파베이 데빌레이스간의 시범 경기에 제목을 붙인다면 아마도 이런 제목이 적당할 것 같다.

관중수 6천4백여명이 말해주 듯 이날 경기는 팬들의 관심을 끄는 시합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년도 지구 1위이자 월드시리즈 챔피언 대 만년 꼴찌팀의 이날 대결은 탬파베이로서는 희망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양키스에는 검은 먹구름이 밀려온 희비가 교차된 일전이었다.

먼저 탬파베이. 비록 이날 9회초 양키스의 루이스 소호에 결승타를 허용하며 4-3의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코칭스태프로서는 흐뭇하기만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시즌 근 4년여만에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온 투수 폴 윌슨이 시범 경기 두번째 출전인 이날도 3이닝동안 10명의 타자를 맞아 1안타, 볼넷1개, 삼진 5개를 빼았으며 무실점투구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5일 필라델피아전에서도 2이닝동안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었다.

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에서 더욱 좋아진 투구 리듬을 느꼈고, 첫번째 시범경기 등판때보다 더욱 편안한 투구를 펼칠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윌슨은 작년 7월 제이슨 타이너와 함께 메츠에서 탬파베이로 트레이된 선수, 1994년 메츠에 의해 그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혔을 때만해도 언제 빅리그에 진입하느냐가 관심이었을 뿐, 그의 성공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로리다 주립대 시절 팀을 대학야구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키기도 했던 그는 대학 3년간 통산 27승 11패 방어율 2.36을 기록하며 3학년때 대학 생활을 접고 프로로 뛰어든 최고 유망주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프로로 뛰어든 그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부상이라는 복병이었다. 투수에 치명적인 어깨와 팔꿈치 수술로 어느덧 잊혀진 선수가 되었고 96년이후 그의 모습은 빅리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메츠는 더 이상의 기대를 포기했고, 투수력 보강이 절실했던 탬파베이는 그에게 희망을 걸었다. 트레이드 후 탬파베이는 그를 마이너리그 대신 빅리그 마운드에 곧장 올렸고, 그는 작년 9월 25일 토론토와의 원정경기에서 감격의 첫승을 기록하며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 그가 올시즌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벌이고 있으니 탬파베이로서는 졌지만 결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반면 양키스는 기대주 알폰소 소리아노가 2안타를 쳐내는 고감도의 방망이를 계속 선보였고, 9회 소호의 결승타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선발로 나선 올란도 에르난데스가 2회 투구를 마친 뒤, 팔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원래 3이닝을 던지기로 예정되었던 그는 2이닝을 던진 후 팔의 이상으로 마운드를 내려와 코칭스태프를 긴장시켰다.

만일 올시즌 그가 부상으로 결장한다면 양키스로서는 작년 못지 않은 고전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 뻔하기 때문. 아직 그의 팔 이상이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칭스태프로서는 예의 주시하며 그를 지켜보고 있다.

일등과 꼴찌의 만남. 일방적인 일등의 승리가 예상되었던 이날 양팀의 승부는 이날만큼을 놓고 볼때 그 생각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일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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