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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한 윤동주, 그의 마지막 시간을 추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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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별을 스치는 바람 1·2
이정명 지음, 은행나무
292·304쪽
각 권 1만2000원

참혹한 시절일수록 문학은 빛난다. 전쟁은 인간의 언어를 억압하지만, 억압된 언어는 찬란한 문학으로 피어나곤 한다. 한국문학만 봐도 그렇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기를 돌아보라. 이 엄혹한 시절은 역설적으로 한국 현대문학의 가장 빛나는 성장기였다.

 ‘별을 노래하는’ 시인 윤동주(1917~45)는 그 대표적인 문인이다. 시인의 문학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사실 그의 생애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정명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은 그 봉인된 세월에 대한 문학적 추적을 시도한다. 작가는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 한국형 역사 추리소설이란 장르를 새롭게 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이 작품은 1945년 일본 후쿠오카의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에 옥사한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소설의 화자는 학병 출신의 일본인 간수병 와타나베 유이치. 1944년 12월의 어느 추운 날, 후쿠오카 형무소의 조선인 수용 시설에서 폭력 간수로 유명한 스기야마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인사건의 조사를 맡은 ‘나(와타나베 유이치)’는 스기야마의 책상 서랍에서 ‘참회록’이라는 시를 발견하는데, 이를 단서로 ‘히라누마 도주’라는 이름으로 수감된 윤동주와 그의 시를 검열했던 스기야마의 관계를 추적한다.

 소설은 긴박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긴박감은 역사 속 인물인 윤동주의 봉인된 역사를 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대목에 빛나고, 그 아름다움은 서사와 맞물려 곳곳에 배치된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윤동주의 시편에서 반짝인다. 서슬 퍼런 형무소에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곧 전쟁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이다. 또 문학이 그 참혹한 전쟁의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치유에 관여하는가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출간 전 줄거리 요약본만으로 해외에 판권이 팔리면서 화제가 됐다. 저작권 에이전시인 케이엘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영국의 팬 맥밀란 출판그룹이 이 작품의 영어 판권을 사들여 ‘수사(Investigation)’라는 제목으로 2014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폴란드를 포함한 5개국도 판권을 구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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